앤스로픽, 美국방부 제재 위기…30만 고객사 '불똥'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01: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앤스로픽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사실상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챗봇 ‘클로드’를 도입한 전 세계 30만 고객사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미국 국방부가 앤스로픽과 계약을 해제하거나 사실상의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AI의 무기화 및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세포르(Semafor)도 17일(현지시간) “더욱 강력해지고 범용성을 갖춘 AI 모델이 전장에서 생사를 결정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윤리적, 기술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악시오스는 지난 14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과 지난해 체결한 2억달러 규모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앤스로픽을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공급망 리스크’ 대상으로 지정할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계약 규모만 놓고 보면 앤스로픽 연매출(약 140억달러)의 1.4%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 국방부가 실제로 앤스로픽과 계약을 끊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미군과 거래하는 방산·IT 기업들에도 앤스로픽과 관계를 끊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앤스로픽의 기업 고객은 전 세계적으로 30만곳에 달해 거래처 이탈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팔란티어의 서비스를 매개로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군 기밀 네트워크에 도입된 AI 모델은 클로드가 유일하다.

‘엄격한 윤리’를 강조하는 앤스로픽은 자율살상 AI 무기 및 대규모 감시에 클로드를 활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최근 이러한 용도 제한을 다시 한 번 미 국방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xAI의 그록 등 경쟁사들은 이미 군사 목적의 모든 합법적 사용에 동의했다며 되레 앤스로픽을 압박하고 있다.

AI 챗봇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했다. 앞서 앤스로픽의 안전장치 연구팀을 이끌던 므리난크 샤르마는 지난 9일 사임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한 공개 사임 서한을 통해 “세상이 위태롭다”며 “가장 중요한 것을 뒷전으로 미루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글은 지금까지 1472만건 조회되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앤스로픽의 공동창업자들이 오픈AI의 안전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독립해 회사를 설립했다는 점이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오픈AI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보인다. 오픈AI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한 조이 히치그(Zoe Hitzig)는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퇴사 소식을 알리며 “AI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개발자가 선제 대응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오픈AI는 그러한 노력을 멈추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가장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며 출범한 앤스로픽이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을 둘러싼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기업 가치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AI 산업에서 ‘안전’을 기업 정체성으로 삼은 앤스로픽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또 그러한 선택이 업계 전체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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