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좌’ 바람 부는 美식당…대용량 메뉴 사라지는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06:4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외식업계를 상징하던 대용량 메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오른데다 위고비와 오젬픽 등 체중감량 약물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식당들이 적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추세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야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치킨. (사진=AF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에서 기존보다 양을 줄인 가벼운 메인 요리를 제공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터너 KFC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4000곳의 매장에서 메뉴 크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에 200곳의 매장을 둔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피에프 창스는 지난해 중간 사이즈의 메인 메뉴를 도입했다.

빵과 스프, 샐러드를 무제한 리필할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올리브 가든은 지난달부터 미국 900개 매장에서 7개 메뉴의 양을 줄여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투치도 지난해 가격과 음식의 양을 3분의 1로 낮춘 ‘오젬픽 메뉴’를 도입했다.

해산물 요리 체인점 앵그리크랩쉑은 지난해 튀긴 대구와 치즈버거, 랍스터 튀김 등을 감자튀김과 함께 작은 바구니에 제공하는 형태의 점심 메뉴를 내놨다. 앤디 다이아몬드 앵그리크뤱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 레스토랑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보다 1인분의 양을 훨씬 많이 제공해왔다. 학술지 ‘푸드’에 따르면 미국인 1명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은 프랑스인보다 평균 13% 많았다. 20세기 전후로 산업화로 옥수수와 밀, 설탕, 고기 가격 등이 하락하면서 메뉴 1인분의 양이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레스토랑들이 메뉴의 양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각종 비용이 상승한데다 음식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최근 수년간 식재료 뿐 아니라 에너지와 인건비도 급격히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블랙박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 외식업계는 5개월 연속 방문객 및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GLP-1 약물 사용이 확산하면서 과식하는 문화도 변하기 시작했다. 미 외식산업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5%가 외식 시 더 적은 양의 음식과 더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마하)’ 정책의 일환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며, 음식 섭취량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FT는 “가볍고 적은 양의 메인 요리 트렌드는 외식 업체들이 저렴한 선택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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