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이르면 5년내 美진출 가능성…“트럼프는 긍정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05:3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산 자동차가 예상보다 빨리 미국 자동차 대리점에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대리점에서 볼보 XC60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AFP)
◇트럼프 “美에 공장 지으면 환영”…전문가들 5~10년내 전망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고 수출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는 적대적인 관계 및 높은 관세 때문에 진입하지 못했다”며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안에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딜러 숍에 진열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 자동차 애널리스트이자 잡지 ‘차이나 오토모티브 리뷰’ 전 편집장인 레이 싱은 “(미국 시장 진출) 야망은 이미 (벌써부터) 존재했다”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차를 실어오는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더라도 진출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런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내비쳐 왔다”이라고 말했다.

현실화하면 미국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선택지가 늘어나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같은 이유로 미 시장에 진출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점유율 축소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또 미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는 약 100만명의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는 100%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어떤 수입품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브랜드라 하더라도 미국 안에 공장을 짓기만 한다면 환영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지난달 디트로이트 경제인협회 연설에서 “그들이 들어와 공장을 짓고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 이웃들을 고용하겠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라며 “나는 그게 좋다. 중국이 들어오게 하라”고 말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정부가 허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CNN의 질의에 한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가 훼손되지 않는 한 정부는 모든 대미 투자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中업체들, 포드·테슬라 제쳐…이미 우회 진출 기회 엿보기도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800만대 이상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됐다. 이는 2024년과 비교해 30% 늘어난 규모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중국 완성차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올라서며 테슬라를 제쳤고, 이번 주에는 글로벌 판매에서 포드까지 앞질렀다.

미국 내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데에는 수년이 걸리겠지만, 주요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미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고 CNN은 짚었다.

자동차 업계 컨설턴트이자 1990년대부터 서방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도와온 마이클 던은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미국 시장을 ‘궁극적인 승부의 무대’로 보는 건 비밀도 아니다”라며 “미 소비자들이 더 부유하고 더 크고 비싼 차량을 사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출된 자동차의 평균 가격은 약 1만 9000달러였던 반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평균 가격은 약 5만달러에 달했다.

BYD와 다른 주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한 CNN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답변에 응하지 않은 것이 이들이 이미 ‘발을 담그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CNN은 부연했다.

중국 지리자동차(Geely)가 소유한 볼보는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건설했다. 현재 13억달러 규모의 증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이 공장은, 지리가 자사 브랜드 지크르(Zeekr)와 링크앤코(Lynk & Co)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애시 서트클리프는 지난달 ‘오토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지리는 이미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에 지크르 차량을 소량 공급하고 있다.

싱은 “미국 진출에 가장 근접한 중국 완성차 업체는 지리”라며 “앞으로 24~36개월 안에 관련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FP)
◇“진입만 하면 차량 가격 낮추겠지만 진입이 쉽지 않아”

미국의 자동차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 근처에 머무르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더 많은 선택지와 생산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진입한 이후 같은 이유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

상하이 소재 투자자문사 오토모빌리티의 대표인 빌 루소는 “중국과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단지 가격 때문만이 아니라 차량의 품질과 가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브랜드들은 불과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잃었다”며 “그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이 ‘중국산을 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더 나은 차를, 더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에, 더 뛰어난 기술을 담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확장은 100개가 넘는 국내 브랜드 사이의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에 불가피하게 밀려나오는 측면도 있다. 수십년간의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로 중국 자동차 산업에는 상당한 과잉 생산능력이 생겼고, 올해 부진한 소비까지 겹치면서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그러나 루소 대표는 미국 시장이 반드시 더 쉬운 무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다만 차가 단지 가격이 낮을 뿐 싸구려 차가 아니라는 점은 금세 설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인들은 좋은 차이기만 하면 누가 만들었는지를 정말 신경 쓸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그들은 월마트에 가서 항상 중국산 물건을 산다. 결국 시장은 무엇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한다. 외국인 혐오는 그 이상까지 끌고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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