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엔 로보택시, 하늘엔 플라잉카…현실이 됐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9일, 오전 06:01

[광저우=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이 해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자동차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상용화가 이뤄지면서 관련 산업의 급격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작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AI 같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기술 성과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경제 성장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로봇·AI 굴기가 해를 거듭하면서 더 방대하게,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중국 광저우 이항 본사에 무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모델 ‘EH216-S’가 전시돼있다.
◇사람 대체하는 로봇들, 무인 사업에 AI 투입

18일 중국 남부 광저우를 찾았을 땐 여러 기업이 AI를 적용한 각종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전기차 기업으로 시작한 샤오펑은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이언’의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1000대로 시작해 2030년엔 1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올해부터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포니에이아이와 바이두, 미국의 테슬라 등이 자율주행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샤오펑도 관련 시장에 진출해 경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싣고 다니는 분리형 플라잉카 양산에 들어간다. 이미 광저우에 마련한 12만㎡ 규모 신형 공장에서 첫 모델을 생산했다. 올해 예상 생산능력은 1만대이며 최대치로 가동하면 30분마다 한 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UAM 분야에선 광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항이 대표 기업이다. 중국에서 eVTOL이 공식 상업 운항을 하려면 해당 장비 유형 증명서(TC), 생산 허가(PC), 항공 적합성 증명서(AC)를 취득하고 운영자는 운영 증명서(OC)를 얻어야 하는데 이항은 4개의 증명·인증을 받은 유일한 기업이다. 최근 본사를 이전한 이항은 새로운 공간에 연구개발(R&D) 실험실과 전시관 등을 갖췄다. 외부엔 중국 민용항공국이 최초로 상업 운항 적격 인증서를 발급한 비행장도 있다.

이항을 찾은 이날도 비행장에선 주력 모델 ‘EH216-S’가 소음 저감을 확인하는 시험 비행하고 있었다. 개발진이 둘러싼 가운데 떠오른 비행기는 지상 4~5층 높이까지 날아오르더니 바로 앞 강을 건너 5분가량 비행하고 돌아와 착륙했다. 이항 관계자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비행기가 날 때 소음을 최소화했다”며 “주행 안정성을 높여 실제 탑승하면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중국 광저우 이항 본사에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의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완성도를 높인 제품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이항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태국, 르완다 등에서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상반기 중 한국에서 시험 비행을 하기 위해 비행 허가를 받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이미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무인 청소 로봇 제조업체 사이터는 지방 정부와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하던 2020년엔 우한 지역에 투입돼 물품 배송 같은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24년 내놓은 차세대 대형 청소 로봇은 광저우 주요 도로와 기차역, 광장 등에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이터 본사에 전시된 청소 로봇은 초등학생 크기 정도 수준인데 환경미화원과 달리 쉬지 않고 청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델별로 기능이 조금씩 다른데 쓰레기를 감지해 집게발이 수십㎏의 무게를 직접 들어서 담는 모델도 있다. 사이터 관계자는 “청소 로봇 한 시간 작업량이 약 7000㎡로 사람이 하루에 청소하는 면적보다 많다”며 “계단처럼 청소가 어려운 곳은 사람이 하겠지만 기상이 악화하거나 해충이 많은 지역 등에선 사람이 더는 힘들게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AI 중요성 한목소리, 중국이 선도 모색

자율주행부터 자율비행까지 기술 상용화에 나선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건 AI의 중요성이다. 샤오펑이 하나의 기업이 동시에 여러 기술 상용화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자체 개발한 AI 칩 ‘튜링’ 덕분이다. 샤오펑 관계자는 “자동차, 로봇, 플라잉카에 모두 같은 칩을 사용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다”며 “사고 과정 또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해 학습하고 있어 다양한 AI 모델이 모두 형제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이항은 더 멀리 비행할 때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알고리즘 기술력이 필수다. 이항 관계자는 “더 큰 규모의 운항과 다양한 종류 항공기를 활용해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율비행이 필수인데 이때 데이터 관리·처리 능력과 AI 능력이 중요하다”며 “클라우드 기반 비행 지위·통제 시스템을 포함한 빅데이터 처리 능력도 회사가 자체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청소 로봇을 개발한 사이터도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로 성장했다. 회사의 청소 로봇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인식으로 사람과 건물의 바닥·천장, 글자가 있는 벽을 포함해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물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중국 광저우 사이터 본사에 청소 로봇 모델들이 전시돼있다.
사이터 관계자는 “AI 학습을 통해 사람이 있으면 피하고 쓰레기가 있으면 치우는 방식을 습득했다”며 “독자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실제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다양한 쓰레기를 파악해서 치우도록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장 조사기관은 앞으로 피지컬 AI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티스타는 2020년 50억 달러(약 7조 2000억원)에서 2025년 225억 달러(약 32조 6000억원). 2030년에는 643억 달러(약 93조원)에 달하겠다고 전망했다. S&S인사이더는 2033년 497억3 000만 달러(약 72조원), 프리시던스리서치는 2034년 611억 9000만 달러(약 88조 6000억원)로 각각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로봇 시장이 2035년 378억 달러(약 5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규모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성장 가능성엔 이견이 없다. 이런 시장에 중국 기업이 속도를 내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춘제(음력 설) 연휴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에선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 공연을 선보이며 피지컬 AI 상용화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마라톤을 뛰고 무술과 공중돌기하는 로봇의 모습 뒤에서 중국은 로봇 공학과 AI를 차세대 AI 플러스 제조 전략의 중심에 위치시킴으로써 생산성을 향상해 노동력의 압박을 상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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