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주 대안 찾자"…투자자들, 유럽 증시로 '우루루'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후 03:3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고평가된 미국 기술주를 피해 유럽 증시로 대거 몰리고 있다. 유럽 주식 펀드는 이번 달에 역대 최고 월간 순유입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주간 유럽 주식 순매수액 추이 (단위: 10억달러, 자료: EPFR)
상장지수펀드(ETF)·뮤추얼펀드 자금 흐름 조사기관 EPFR에 따르면, 유럽 주식 펀드로의 주간 순유입액은 2주 연속으로 약 100억달러(약 14조4600억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대표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Stoxx Europe 600)은 이달 들어 연속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영국·프랑스·스페인 증시도 나란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AI 버블 우려에 월가 이탈…유럽으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자금 이동의 핵심 배경은 미국 증시, 특히 인공지능(AI) 대형 기술주에 대한 버블 우려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주식 전략가 샤론 벨은 “미국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 증시는 기술주 비중이 낮아 미국과 다른 성격의 투자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AI 대형주 주도 장세에서 이탈한 자금은 은행·천연자원 등 ‘구경제’ 업종 비중이 높은 유럽 증시로 흘러들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올해 약 7% 올랐으며, 광산·엔지니어링 기업 위어그룹(Weir Group)과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는 각각 20%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92개 주요 글로벌 증시 벤치마크 중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현재 76위에 그치며 대다수 지수에 뒤처져 있다.

스톡스유럽600, S&P500, FTSE100 등 주요 지수의 연초 대비 누적 수익률 비교 (단위: 포인트, 자료: LSEG, FT)
◇독일 경기 회복·방산 지출 확대가 ‘마중물’

유럽 경제 회복 기대감도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성장세로 돌아섰으며, 최근 공장 주문도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대규모 국방비 지출 확대 방침이 실물 경제에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독일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방산주 강세도 두드러진다.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은 올해 12% 올랐고, 영국 BAE시스템즈(BAE Systems)는 26%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식 영업 선임 담당자 마티아스 클라인은 “세계 어디에 기반을 둔 매크로 투자자든 독일 스토리는 올해 최우선 투자 테마 두세 가지 중 하나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일본 투자자도 가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유럽은 매력적이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스톡스 유럽 6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3배로, S&P 500(27.7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무라의 수석 주식 전략가 기타오카 토모치카는 “일본 투자자들의 유럽 주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유럽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다만 낙관론 일색은 아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S&P 500 기업들의 전년 대비 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12% 이상인 반면, 유럽 기업들은 4%에 못 미쳐 성장성 격차가 상당하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츠의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유럽 주식 지수 전체가 아니라 독일 경기부양 수혜를 받을 특정 종목을 선별해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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