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뉴욕증시↑·국채금리 4.08%로[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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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21일, 오전 07:4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관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10% 글로벌 관세 부과 방침을 혔다. 시장은 이를 ‘관세 철회’가 아닌 ‘정책 경로 수정’으로 해석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상승했고, 반면 재정적자 우려가 부각되며 국채금리는 오르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7% 오른 4만9625.97에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9% 뛴 6909.51에 마무리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90% 뛴 2만2886.07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bp 오른 4.08%를 기록했고, 달러화 가치는 0.2% 하락했다.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상호관세 부과는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6대 3으로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관세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며, IEEPA라는 특정 비상권한법의 적용 방식만 문제 삼았다고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은 관세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IEEPA 관세의 특정한 적용을 뒤집은 것”이라며 “처음부터 갔어야 할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 없다”며 이미 승인된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흘 내로 122조에 따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 관세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2026년 관세 수입은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122조, 232조, 301조 등 의회가 부여한 다른 통상 권한을 활용해 조치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122조는 1974년 무역법에 따른 긴급수입제한 조항으로 최대 15%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며, 232조는 국가안보,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법적 틀이다.

월가도 관세 정책의 ‘재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TD증권은 “관세가 다른 경로를 통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해 미국 경제 전망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토로의 브렛 켄웰은 “관세 정책은 폐기보다는 재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틀이 마련된다면 시장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이 재정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했다. IEEPA 관세가 무효화되면 적자 축소 효과가 사라질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MO캐피털마켓의 이안 링겐은 “IEEPA 관세의 적자 축소 효과가 제거될 경우 장기물 발행 확대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재무부가 2027 회계연도 이전까지는 단기물 위주로 재정 조달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즉각적인 발행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FHN파이낸셜의 윌 컴퍼놀은 “채권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을 가격에 반영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RBC웰스매니지먼트의 톰 개럿슨은 “최근 몇 년간 정책 충격은 단기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략적 대응 대상이지 장기 전망을 바꿀 변수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4%로 시장 예상치(2.5%)를 크게 밑돌았다. 성장 둔화와 함께 물가 압력도 여전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2월 전월 대비 0.4% 올라 약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로는 3% 상승해 목표치(2%)를 웃돌았다.

경기 둔화와 끈질긴 인플레이션, 여기에 통상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시장은 복합적인 신호를 소화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이 완전히 철회되기보다는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당장의 거시경제 전망을 크게 수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더타는 “현재로선 경제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문제에 가깝다”며 “트럼프가 무역 강경 기조를 강화하면 불확실성은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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