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루 새 관세 ‘10%→15%’ 역공…직격탄 맞은 나라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2일, 오전 09:1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김상윤 뉴욕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자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별도 법령을 동원해 10%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이를 15%로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래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대법관 6대 3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수십 개 교역국에 부과한 10~50%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122조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수준인 15%로 즉시 인상한다”고 밝혔다. 122조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간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관망세’

우리 정부는 이번 판결로 자국 수출품에 적용됐던 15% 상호관세가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체결한 무역 협정 이행 협의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가 새 관세를 15%로 올리면서 한국의 세율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만 당초 10%였던 영국 등이 15%로 세율이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부담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수출품에 19% 관세를 고정하는 협정을 막 체결한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과 새 관세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그룹의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파트너는 “대부분의 아시아 파트너들이 기존 협정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나아갈 것”이라며 “행정부는 여전히 무역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발휘할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소비자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더 강력한 제재 조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U, 긴급 회의 소집…영국은 직격탄

15% 상호관세 적용 대상이었던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 비준 절차를 재검토하기 위해 오는 23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24일 비준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며 “국제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기존 미국과의 합의에서 10% 일괄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나, 새 관세가 15%로 확정되면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5%포인트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영국상공회의소(BCC)의 윌리엄 베인 무역정책 책임자는 “4만 개에 달하는 영국 수출 기업들이 이번 결정에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면제가 유지되면서 새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멕시코의 대미 수출품 85% 이상이 이미 관세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USMCA는 올해 재검토 예정이어서 추가 변경 가능성이 있다.

사진=AFP
◇트럼프, 판결에 반발…관세 환급 소송 불확실성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터무니없고 반미적”이라고 비난하며 연이틀 사법부를 강하게 공격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며, 더 많은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이미 거둬들인 관세 수입의 처리도 불확실해졌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약 1420억 달러(약 206조원) 규모의 관세 수입이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500개 이상의 기업이 환급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선 상태다. 대법원은 환급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에 넘겼다.

힌리히재단의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 책임자는 “무역 파트너들의 불확실성은 판결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내달 시진핑 회담…브라질·인도도 ‘주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해 관세는 물론 희토류·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 수출 통제까지 아우르는 무역 휴전을 체결한 바 있어 이번 판결로 트럼프의 협상 레버리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브라질과 인도 정상은 뉴델리 양자 회담에서 이번 판결의 함의를 함께 검토하기로 했으나 미국 관세에 대한 양국 공조 방안은 아직 논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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