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래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10% 전면 관세를 즉각 재부과했다. 이어 하루 만에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의회의 추가 승인 없이 150일간 유효하다.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앤드루 윌슨 사무차장은 “최근 각국 정부와의 대화에서 협정을 즉각 파기하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협정을 번복하기 어려운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품목별 관세를 통한 보복 위험이다. 협정을 뒤집으려는 국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둘째는 방위·안보 분야에서의 미국 영향력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처럼 자동차 산업이 보복 위험에 직접 노출된 국가일수록 재협상 가능성은 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유럽의회는 오는 23일 미-EU 간 ‘턴베리 협정’(대부분의 유럽 상품에 15% 관세 적용) 비준 연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니콜라 쾰러-스즈키 고문은 “자동차 관세 재부과 위험이 경제적 부담으로 남아 있어 협정에 대한 전면 도전 유인을 무력화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안보 변수도 EU의 선택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IMD 비즈니스스쿨의 사이먼 에버넷 교수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을 약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위협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50일 이후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히 협상 상대국에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협상 진행 중인 국가는 이번 판결을 활용해 속도 조절에 나설 여지가 있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미국과 잠정 합의(관세 50%→18% 인하)를 이룬 인도는 이번 판결 이후 “관련 동향을 검토 중”이라는 비확약적 입장을 냈다. 싱크탱크 ‘브릿지 인디아’ 설립자 프라틱 다타니는 “이번 판결이 인도 같은 교역 상대국의 협상력을 높인다”며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 의회 권력 구도 변화를 지켜보며 협상을 늦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로스앤젤레스항에 중국산 해상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