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앞두고 트럼프 ‘관세 지렛대’ 전략 흔들…무역협상 변수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2일, 오후 04:2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를 미 연방대법원이 무효로 판단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다음 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를 외교·안보 협상 전반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인근 김해공군기지에서 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AFP)
21일(현지시간) AP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은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중 정상회담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지난해 합의한 무역 휴전 연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산 제품과 보잉 항공기, 대규모 에너지 구매 등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관세 활용이 제한돼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번 판결로 IEEPA에 근거해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 10%와 ‘상호관세’ 10%도 효력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를 대체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5% 상호관세를 오는 24일부터 모든 교역국에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조치는 최장 150일간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대안들에는 모두 “권한 범위를 제한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모든 수단은 결국 그에게 특히 중국을 포함한 각국과의 협상에서 더 적은 협상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서 국제경제를 담당하는 조시 립스키는 “IEEPA에 근거해 부과된 관세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대통령이 활용해온 핵심 경제 무기였다”며 “이제 문제는 이를 전반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층 강화된 협상력을 갖고 회담에 임하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이번 미 대법원 판결을 과도하게 활용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방중이 양국 간 무역 휴전을 연장하고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점도 전망에 감안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히 ‘플랜 B’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에 근거해 중국의 기존 무역 합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며, 이를 근거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미 정부는 관련 무역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앨리 와인 선임 자문은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대법원 판결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이 그런 노력을 할수록 미·중 간 취약한 무역 휴전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더 큰 전략적 여지를 허용하는 안보 분야 양보에 응할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은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양국이 협력해 “미·중 경제·무역 협력과 세계 경제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한국, 일본 등 미국과 이미 무역 합의를 맺은 교역 상대국들에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겼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댄 크리튼브링크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향후 수주간 판결의 파장을 지켜보며 신중히 움직일 것으로 본다”며 “기존 합의는 대체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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