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 오렌 캐스 아메리칸컴퍼스 설립자. (사진=하버드대, 코넬대, 칼라일, 아메리칸컴퍼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버텼나
지난해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2%를 웃돌았고, 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에 머물렀다.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는 전임 정부로부터 이미 양호한 경제를 물려받았다”고 지적했다. 관세의 실질적인 타격도 예상보다 작았다. 공언했던 10~12% 수준의 실효 관세율은 기업들의 우회 전략으로 실제로는 6~8%에 그쳤을 것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분석했다.
AI 붐도 중요한 완충재였다. IMF 중국 담당 국장 출신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의 생산성 급등이 2020년부터 시작됐다며, 이것이 고관세와 재정 악화의 악영향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루벤스타인은 재무장관에 스콧 베선트를 기용하고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유임시킨 인사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AI버블·재정악화·무역혼선’ 3대 리스크
그러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위험 요인도 뚜렷하다.
AI 버블 붕괴 가능성이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꼽혔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주식이 30% 급락할 확률이 최소 3분의 1, 경기침체 확률도 30~40%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AI 투자가 가속화한 화이트칼라 실업도 수천만명 규모로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의 숨은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로고프 교수는 프라이빗 크레딧(사모대출) 시장의 불투명성을 지목했다. 은행 규제 강화 이후 급성장한 이 시장은 연금기금과 보험회사가 최종적으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로, 2008년 금융위기의 주택담보대출 문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제도적 신뢰의 소진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경제·정치·지정학이 서로의 나쁜 면을 증폭시키는 ‘파멸의 순환(Doom Loop)’을 경고했다. 세계화가 제로섬 혹은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인식되고, 포퓰리즘 정치가 기존 제도를 허물면서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관세 정책의 엇박자
관세의 구체적인 활용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보수 성향 경제정책 싱크탱크 아메리칸컴퍼스 설립자인 캐스는 트럼프의 관세 남용을 비판했다. 그는 동맹국 간 무역 균형이 유지되는 한 관세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그린란드 편입 요구에 관세를 동원하거나 무차별적으로 남용하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정책도 방향이 흔들린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을 공동 창업한 루벤스타인은 시진핑 주석의 연내 미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 농산품 구매를 늘리는 형태의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저력 소진 중…“청구서 돌아올 것”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시대가 쌓아 놓은 경제적 저력, 제도에 대한 신뢰, 동맹 관계라는 ‘저축’을 빠르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루벤스타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에 달하는 공적 채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신문은 이어 “재무건전성을 해치며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위험을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라면 그의 많은 사업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청구서가 돌아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만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