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25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성장 스토리가 유지될지 주목하면서 기술주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엔비디아는 장마감 후 시장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
◇시트리니리서치 공포 진정…소프트웨어ETF 3.1%↑
최근 시장은 AI 확산이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생산성 개선 및 수익성 제고 기대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자크 힐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운용 책임자는 “시장 일부에서 부정적 심리와 극단적 가격 움직임이 맞서는 ‘밀고 당기기’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AI가 실존적 위험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려 애쓰고 있다”며 “단순히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문제보다 훨씬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소형 리서치업체 시트리니 리서치의 가상 AI 위기 시나리오 보고서가 이번 주 초 시장을 흔들었지만, 다수 투자자들은 AI 충격론이 과장됐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급락했던 소프트웨어주들이 반등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0% 올랐고, 소프트웨어 종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GV는 3.1% 급등했다.
월가에서는 AI 관련 조정이 오히려 경쟁력 있는 기존 기업과 가격 결정력을 갖춘 AI 수혜주에 대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 분석 결과, AI 도입에 따른 실질적 수익 개선 효과를 언급하는 기업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1.4% 상승했다. 호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반영한 것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성적표’는 ‘특S’급이었다. 엔비디아는 25일(현지시간) 회계연도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1.62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예상치 1.53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매출은 681억3000만달러로, 예상치(662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393억달러) 대비 무려 73% 증가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623억달러로, 시장 전망치(606억9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5% 급증했으며, 전체 매출의 91% 이상을 차지했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장밋빛 미래는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780억달러(±2%)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726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회사는 이번 전망치에 중국발 데이터센터 매출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도 실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올해 총 자본지출이 7000억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약 2% 상승했다.
정책 변수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주요 기술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소집해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겠다는 서약을 추진 중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AFP)
관세 정책 변화도 시장의 주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전날부터 글로벌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가 시행됐다. 다만 새로 설정된 관세율은 대법원이 무효로 한 상호관세 수준으로 설정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시장엔 큰 충격을 주진 못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현재 10%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15%로 오를 것이고 다른 국가는 그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우리가 적용해온 관세 유형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백악관이 ‘적절한 경우’ 임시 관세를 15%로 인상하는 포고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현재 10% 관세가 시행 중이며, 필요할 경우 이를 15%로 인상하는 포고문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행정부가 지난 1년간 체결한 무역 합의와의 ‘연속성’을 유지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인상이 기존 무역 협정 체결 국가들에 대해 더 높은 누적 관세율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국 등 기존 10% 수준이 적용된 국가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0%에서 15%로 상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 1년간 발전시켜온 정책을 재현해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집행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법원 판결 이후 기존 합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관세 체계를 재정립하는 데 “두 달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미국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부 보증 퇴직계좌 도입 방안과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 필요성 등을 재차 언급했다. 시장은 향후 통상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살아나나…국채금리↑·달러 약세
국채금리는 소폭 올랐다. 글로벌 국채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5bp(1bp=0.01%포인트) 오른 4.058%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1bp 뛴 3.477%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면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달러는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6% 빠진 97.68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 유가가 4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1달러(0.32%) 밀린 배럴당 65.4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고 주요 산유국이 오는 4월부터 증산 재개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유가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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