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SW기업 밥그릇 뺏는다?…오히려 가치 더 높여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6:5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성주원 기자]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500억달러(약 7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연간 매출 가이던스가 월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AI 공포까지 겹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5%가량 급락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세일즈포스는 지난 1월 31일 종료된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12억달러(약 1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금융정보업체 LSEG 컨센서스(111억8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81달러로 예상치(3.04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순이익은 주당 2.07달러 수준인 19억4000만달러(약 2조7700억원)로 전년 동기 17억1000만달러에서 늘었다.

다만 이번 4분기 성장에는 지난해 말 완료한 80억달러(약 11조4200억원) 규모의 인포마티카 인수 효과가 포함됐다. 인포마티카는 분기 중 3억9900만달러의 매출을 기여했다.

향후 1년 내 매출로 인식될 계약 잔액(CRPO)은 351억달러(약 50조1050억원)로 시장 예상치(345억3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문제는 연간 전망이다. 세일즈포스는 2027회계연도 매출을 458억~462억달러로 제시했다. LSEG 컨센서스(460억6000만달러)를 소폭 밑돈다. 전년 대비 성장률로는 10~11% 수준이다. 1분기 가이던스(매출 110억3000만~110억8000만달러, 조정 EPS 3.11~3.13달러)는 월가 전망을 넘어섰으나, 연간 전망이 투자자 실망감을 자아냈다.

세일즈포스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3.4% 오른 191.75달러에 마감한 뒤 시간외 거래에서 약 5% 떨어졌다. 올해 들어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AI 공포가 세일즈포스 주가 낙폭을 키우고 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성장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하다. 인튜이트, 워크데이, 서비스나우 등 경쟁사 주가도 동반 약세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앤스로픽이 코볼(COBOL) 언어 코드 현대화를 지원하는 AI 도구를 공개하자 IBM 주가가 하루에 13% 폭락하기도 했다.

이에 베니오프 CEO는 AI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우려를 일축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구독 방식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세일즈포스가 대표적인 SaaS 기업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에이전트 기술 덕분에 SaaS가 오히려 더 좋아졌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SaaS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앤스로픽도 세일즈포스와 슬랙으로 전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모든 AI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일즈포스는 자체 AI 도구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영업 개발, 고객 서비스 등을 사람 감독 없이 자동화하는 이 제품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직전 분기 5억달러에서 이번 분기 8억달러를 넘어섰다. AI 제품군 전체(Agentforce·Data 360)의 ARR은 29억달러로, 직전 분기 14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인포마티카 기여분 11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사진=세일즈포스)
다만 AI 서비스의 가격 책정 방식을 둘러싼 경쟁도 부각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전통적으로 사용자 수 기반의 종량제(per-seat) 가격 모델을 고수해왔다. 베니오프 CEO는 이 방식이 고객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AI 스타트업들은 사용량 기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공동 CEO 출신인 브렛 테일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시에라(Sierra)는 성과 기반 모델을 내세우며 세일즈포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베니오프 CEO는 “우리는 세일즈포스를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I 에이전트 기반 기업 플랫폼)의 운영체계로 재건했다”고 강조했다. 또 앤스로픽 지분 투자에서 이번 분기에만 8억1100만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주주 환원을 강화했다. 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을 승인하고 분기 배당을 주당 44센트로 올렸다. 베니오프 CEO는 “지금은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며 자사주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는 작년에도 230억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다. 2030회계연도 연간 매출 목표도 기존 ‘600억달러 이상’에서 630억달러로 상향했다.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590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사내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베니오프 CEO는 이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사내 행사에서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이 행사 현장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언급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세일즈포스가 2021년에 인수한 자회사 슬랙의 사업부 총괄 롭 시먼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베니오프 CEO의 발언을 옹호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수개월간 브래드 아킨 최고신뢰책임자를 비롯해 데니스 드레서 슬랙 CEO, 라이언 아이타이 태블로 CEO 등 고위 임원들의 잇따른 이탈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데니스 드레서는 오픈AI 최고매출책임자로 이직했다. 태블로는 세일즈포스가 2019년 인수한 데이터 시각화·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소프트웨어 회사다.

세일즈포스의 자체 AI 도구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모습. (세일즈포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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