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남친에 푹 빠진 中여성들…중국의 저출생 고민 깊어진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5:05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국에서 챗봇과 연애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당국의 저출생 대책에 새로운 고민이 더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젊은 여성들이 인공지능(AI) 챗봇 남자친구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출산율 제고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중국 남부에서 응용심리학을 공부하는 21세 피비 장은 지난 1년간 AI 남자친구 두 명과 200번 이상 데이트를 즐겼다. 한 명은 반항적인 성격이고, 다른 한 명은 군인 출신 애국자다. 그녀는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은 두려움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악몽에서 깨어날 때 위로를 받는다. 정작 실제 데이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장씨는 “앞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연애를 하라는 거죠”라며 반문했다.

중국 공산당은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중국의 출생률은 75년 만에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여기에 AI 연애 붐이 변수로 떠올랐다. 당국은 기술 기업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것을 설계 목표로 삼지 말 것”을 경고했다.

지난해 국가 주도의 AI 확산 정책 이후 가상 동반자 애플리케이션(앱)이 급증했다. 높은 실업률과 줄어드는 기회에 직면한 청년들이 결혼 압박을 거부하는 ‘탕핑(드러눕기)’ 문화와 맞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NYT는 분석했다.

홍콩 침례대 저널리즘 부교수 로즈 루치우는 “AI 앱은 중국에서 종종 부족한 안전한 소통과 감정 상담 공간을 제공한다”며 “많은 여성이 남성에게서 얻기 어려운 감정적 가치를 이 앱들이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시장은 이미 이 흐름을 탔다. AI 동반자 앱 ‘싱예(Xingye)’를 운영하는 상하이 스타트업 미니맥스(MiniMax)는 지난달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기업 가치 6억 달러(약 8565억원)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버전 ‘토키(Talkie)’를 포함한 두 앱의 이용자는 지난해 9월 기준 1억47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당국은 앱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확인될 경우 플랫폼이 이용자 감정 프로필을 생성하고 개입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안했다. 해당 규정은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이미 앱 내 대화는 사회주의 가치관 준수 규정에 따라 차단되는 경우도 잦다. “메시지가 차단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뜰 때마다 “이별하는 것 같아 정말 아프다”는 이용자도 있다.

열기는 다소 식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 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싱예’와 바이트댄스의 ‘마오샹(Maoxiang)’은 정점 대비 다운로드가 약 95%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챗GPT, 딥시크(DeepSeek) 같은 범용 AI로 이용자들이 이동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네기멜론대 홍 쉔 조교수는 “(규제는)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라며 “중국에는 젠더 규범이 있고, 여성들은 대도시에서 외롭고 고립되어 있다. 결국 AI에 기대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