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금리인하 기대…美국채 급락에 ‘금리 인상 베팅’까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21일, 오전 02:3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진 데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를 미루는 수준을 넘어, 정책 방향 자체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반 기준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8.5bp(1bp=0.01%포인트) 오른 4.368%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장중에는 4.38%까지 치솟으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도 4.8bp 상승한 3.881%로, 한때 3.94%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치에 근접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8.9bp 오른 4.942%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단기물 중심의 금리 상승은 시장의 정책 기대가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10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이 약 40% 가량 반영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연내 두세 차례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배경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3주째 이어지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브렌트유는 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초반 수준에서 현재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며 약 50% 급등했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초 대비 1%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며, 이미 전쟁 이전부터 2% 목표를 상회하던 물가 흐름에 추가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은 빠르게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있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모두 되돌렸고,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브라드라 라자파 미국 리서치 책임자도 “투자자들은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이 에너지 자립국이라는 이유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기존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단기물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 2년물 금리는 전쟁 이후 약 50bp 가까이 상승하며 정책 기대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커녕,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다만 시장의 이러한 기대가 실제 금리인상으로 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RBC캐피털마켓의 블레이크 그윈 금리전략 책임자는 “최근 금리 기대가 매파적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트레이딩 포지션 변화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시장 가격은 펀더멘털과 일정 부분 괴리돼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내부 시각도 아직은 신중한 편이다. 연준은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점도표상 위원들은 여전히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운송·식품 전반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되면서 ‘2차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 둔화 조짐으로 형성됐던 금리 인하 기대가 에너지 변수 하나로 급격히 뒤집히면서 정책 불확실성도 크게 확대됐다.

유럽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고민에 직면해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당초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전쟁 이후 물가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정책 동결로 선회하고 있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90달러로 2.87% 하락했고, 브렌트유도 11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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