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달러’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누가 가장 피해보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02:3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걸프국들이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배럴당 1달러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현실화된다면 그 자체로는 국제 유가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는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단순히 추가 비용을 석유 가격에 얹을 수 없다.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를 강하게 반대할 경제적 유인도 없다. 장기적으로 걸프국들은 미국처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국가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에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그 비용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인 올해 2월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푸자이라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사진=AFP)
이란은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 권한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유 1배럴당 약 1달러, 많게는 선박 1척당 200만달러(약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군트람 볼프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걸프국은 전체 통행료의 약 80~95%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통행료가 배럴당 2달러라면 원유 수송만으로도 연간 최대 140억달러(약 20조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시어링은 “많은 걸프국들의 생산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설령 통행료를 전적으로 생산자가 부담한다 하더라도 생산 결정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프 교수는 배럴당 1~2달러 수준의 통행료가 부과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전쟁 전 수준 대비 배럴당 약 0.05달러에서 0.4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나타난 배럴당 약 35~40달러의 상승폭과 비교하면 거의 영향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행료 자체보다 자유 항행 원칙을 위반하는 선례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집트와 파나마는 자국 운하에 통행료를 부과하지만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호르무즈 해협, 영국해협, 지브롤터 해협, 말라카 해협 같은 자연 해협에 대해서는 통과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볼프 교수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시작될 예정인 미국과 이란 대면 휴전 협상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가 실제 타결될 수 있다면서 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판을 바꿀 초대형 합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비상근 선임연구원 제이컵 키르케고르는 호르무즈 통행료 체계를 수용한다면 적어도 지난 150년간 미국의 전략적 세계 질서를 떠받쳐온 항행의 자유 원칙을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각국이 해상 요충지를 지나는 선박들에 유사한 통행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세계 상업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행료 수입은 그 규모에 따라 이란 정권에 연간 수십억 달러, 많게는 수백억 달러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이란이 향후 이 요금을 크게 올리기로 결정할 수도 있고, 이는 그 자체로 세계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WSJ는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는 이란의 핵심 우방인 중국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달 31일 파키스탄과의 공동성명에서 “해협의 정상적인 통항을 가능한 한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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