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美 CPI 0.9% 급등…기조적 물가흐름은 '안정적'(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10:0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영향으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다만 아직까지 에너지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흐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으로, 향후 물가수치에 따라 인플레이션 방향이 명확해질 전망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료품점에서 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사진=AFP)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10일(현지시간) 3월 CPI가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3.3%로, 202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달(2.4%)과 비교하면 물가 오름세가 다시 가팔라진 모습이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상승을 예상했다.

이번 물가 상승은 사실상 에너지 가격이 주도했다. 3월 에너지 지수는 전월 대비 10.9% 급등했고, 이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20% 넘게 뛰며 전체 상승분의 약 4분의 3을 차지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일상적으로 보면 ‘주유소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기름값 상승을 체감하고 있으며, 출퇴근 비용은 물론 물류비 증가로 인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부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물가의 기초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도 0.1% 상승에 머물렀고, 중고차 가격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에너지 외 부문에서는 물가 압력이 아직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육류와 유제품, 계란 가격이 내린 영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비료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식료품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비료 가격 상승은 농산물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 식탁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

서비스 물가는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0.2% 상승했고, 항공료는 2.7% 올랐다. 항공료 상승은 유가 상승으로 항공사 연료비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전체 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0.3% 상승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목하는 주거비·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 역시 0.2% 상승에 그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지표는 중동 전쟁발 에너지 충격이 미국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있으며, 항공사와 우편 서비스 등 일부 기업들도 비용 증가를 이유로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물가 상승이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물가 상승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주식시장 선물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달러 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에너지발 물가 상승을 일시적 충격으로 해석하거나,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함께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책 부담은 커졌다. 연방준비제도는 그동안 금리 인하를 검토해 왔지만,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충격이 점차 완화될 경우 연내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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