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24년 5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촉구하며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노조는 추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올해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노조 요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실시한 배당 11조 10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이는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삼성전자 노조는 임단협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지난 1일 같은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생산 공정이 중단되면 제품이 전량 폐기될 수밖에 없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필수적인 공정에 대해 제한적으로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앞에 기업들이 사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의 판단까지 구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평균 14% 인상, 개인당 격려금 3000만원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태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자와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두 심장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시에 노조 리스크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을 놓고 글로벌 경쟁사와 피말리는 초격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라인을 멈추는 것은 자멸행위나 다름없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 라인이 멈출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은 '한국 생산 기지는 공급망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미 확보한 물량을 즉각 해외 경쟁사로 돌릴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글로벌 시장 내 핵심 지위를 경쟁사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세포 해동부터 배양과 정제, 충전까지 일련의 연속 공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이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의 연속성이 단 한순간만 단절돼도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cGMP)에 따라 해당 제품은 변질된 것으로 규정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 여기에다 중국과 인도 등이 뛰어들면서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만큼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눈앞의 임금 인상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파업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무리한 비용 지출이 이어지면 사업 구조는 악화되고 이는 곧 투자 위축과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측의 가처분 신청은 단순한 임단협 대응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고객사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은 심각한 이중 구조에 갇혀 있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 인구는 매달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 노조가 산업 생태계 전체의 희생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모습은 청년들에게 노동 시장에 대한 깊은 좌절감만을 심어줄 뿐이다.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행태가 지속될수록 고용 시장의 양극화는 고착화되고 우리 사회의 역동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무리한 투쟁은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회사 경영 건전성을 해치고 채용 여력마저 떨어뜨리는 일자리 파괴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생존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결코 노동 존중이 될 수 없다.
노동자의 권익은 기업의 성장이 담보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제라도 ‘기업이 흔들리면 노동자도 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기업의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성숙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도를 넘은 과도한 요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그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