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주도 쓸어 담는다”…뉴욕증시, 예상 밖 급등 배경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8일, 오전 06:2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중동 긴장 완화 기대를 계기로 예상보다 훨씬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낙폭이 컸던 종목과 변동성이 높은 이른바 ‘위험주’까지 동반 급등하면서 시장 전반에 강한 반등 흐름이 나타났다. 단순한 안도 랠리를 넘어, 투자 자금이 공격적으로 유입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이번 상승은 겉으로는 전쟁 완화 기대라는 재료에 반응했지만, 구조적으로 시장 내부 수급이 급격히 바뀐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피터 터치먼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지난해 12월 31일 뉴욕에서 열린 개장 종소리 행사에서 ‘2026’이라고 적힌 안경을 쓴 채 활작 웃고 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증시 급등의 중심에는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들이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상승폭이 빠르게 확대된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집계한 공매도 잔고(쇼트 인터레스트)가 높은 종목 바스켓은 이번 주에만 13% 이상 급등했다. 이는 S&P500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그만큼 공매도 청산이 강하게 발생했다는 의미다. 금융주와 산업주처럼 경기 민감 업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데이터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증시에서 약 930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이 청산됐다. 같은 기간 S&P500과 러셀3000 지수는 각각 9% 이상 상승했다.

결국 주가가 올라서 상승한 것이 아니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되돌려 사면서 상승이 더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같은 수급 변화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 완화 기대와 맞물렸다. 이란 전쟁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갔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주가가 급반등했고, 이에 따라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서둘러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S3파트너스의 이호르 두사니우스키 예측분석 책임자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공매도 청산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저점에서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들어왔던 포지션들이 빠르게 청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관 자금과 알고리즘 매매가 동시에 가세하면서 상승 탄력이 더욱 커졌다. 알고리즘 매매는 가격 흐름이나 특정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수·매도를 실행하는 시스템 거래를 의미한다.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되면 이를 신호로 추가 매수를 유발하는 특성이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 전략가는 “그동안 관망하던 기관 투자자들이 인덱스 중심으로 시장에 복귀하고, 숏커버링과 알고리즘 매수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상승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4월 초 시장에 얼마나 강한 비관론이 쌓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작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랠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리스크 온(risk-on)’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실제로 재무 건전성이 낮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이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UBS가 집계한 저품질 종목 바스켓은 이번 주 9% 상승했고, 마이크로캡 종목은 7%, 적자 상태의 기술기업은 14% 급등했다.

통상 시장이 불안할 때 가장 먼저 하락하는 종목들이 이번에는 반대로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안정적인 대형주가 아니라,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 자산까지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상승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이번 상승을 ‘무조건 매수해도 되는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수급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상승했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장 내부를 보면 상승이 모든 종목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다.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 산업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이전 고점 아래에 머물러 있다. 일부 대형주와 고위험 종목 중심으로 상승이 집중되는 ‘비대칭 랠리’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기업 실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리서치 책임자는 “전쟁이나 유가 상승의 영향이 기업 실적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난다면 시장의 낙관론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반대로 실적이나 가이던스에서 부담이 확인될 경우 현재의 급등세는 다시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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