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의 휴전과 평화협상 재개 기대감은 최근 국채 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 재개통되고 미·이란 평화협상 재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지난주 말 미 국채 랠리가 나타났다. 트레이더들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고, 연준의 현행 기준금리 상단(3.75%) 위에서 거래되던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다시 그 아래로 내려왔다. 10년물 수익률도 4.25%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까지 안정됐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시장은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 사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위를 둘러싼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겨나는 등 중동 변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다음 분기점으로 워시 청문회가 꼽힌다. 블룸버그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지명자인 워시 후보자가 금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과 링디 쉬 팀은 “시장의 핵심 질문은 워시가 금리 인하를 얼마나 강하게 주장할 것이냐”라고 짚었다.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과 연방기금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워시 후보자를 둘러싼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내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하는 ‘매파’로 분류됐다. 반면 최근에는 생산성 향상이 저금리를 뒷받침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금리 인하 지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직전인 올해 1월 말 이전에도 금리 인하 지지 발언을 했고, 이것이 국채 랠리에 일부 기여하기도 했다.
DWS아메리카스의 조지 카트람보네 채권 부문 대표는 블룸버그에 “그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일 것이며, 시장도 그 점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브리지 쿠라나 매니저는 “과거 입장은 비교적 매파였고, 최근에는 생산성과 저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청문회가 어느 정도 명확성을 줄 것”이라고 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잭 맥킨타이어 매니저는 “워시가 비둘기적 발언을 쏟아내도 정책위원회에서 동조하는 위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블룸버그 전략가 브렌던 페이건은 “워시가 이끄는 연준이 장기 금리 기대를 낮추는 역할을 이상적으로 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 금리를 높게 유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채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ICE BofA MOVE 지수 추이. (자료: 블룸버그)
문제는 워시 후보자가 인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에 대한 미 법무부의 형사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어떤 연준 의장 후보자도 인준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한 의회 증언을 둘러싸고 수사를 받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 13석, 민주 11석으로 구성돼 있다. 틸리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12대 12로 가부동수가 돼 워시의 위원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존 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공화·사우스다코타)가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려 해도, 60표 문턱을 넘으려면 민주당의 협력이 필요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툰 원내대표 본인도 “결국 백악관은 위원회, 그리고 틸리스 의원과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리스 의원은 올해 임기가 끝나면 은퇴할 예정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없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임기 말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농담이 돌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WSJ에 “틸리스가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묻는다면, 짧게 말하면 아니다. 길게 말해도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틸리스는 이제 상원의원도 아니지 않냐”고 말하는 등 틸리스 의원이 퇴임한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틸리스 의원은 “나는 아직 안 죽었다. 263일 남았다”고 받아쳤다. 틸리스 의원은 워시 개인에 대해서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파월 수사가 계속되는 한 위원회 인준 표결에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준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것이 틸리스 의원의 명분이다. 그는 WSJ에 “연준이 처음으로 백악관 산하 기관이 된다면 우리 은행 시스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결국 채권시장은 ‘중동 정세’와 ‘미국 의회’라는 2개의 변수를 동시에 살펴보는 상황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수위와 이란 협상 진행 상황이 유가를 통해 인플레이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워시 청문회 발언이 연준의 금리 경로 기대를 흔들 수 있다. 여기에 인준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새 연준 체제가 언제 출범할지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는 지난주 “금리는 현재 적절한 수준이며, 데이터에 따라 더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인 방향 모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워시 후보자가 어떤 답을 내놓든, 인준 절차가 정상화될 때까지 연준의 정책 방향은 한동안 안갯속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