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3개월·석사 5주…美대학 온라인 학위 봇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후 03:27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대학들이 학위 취득 기간과 비용을 대폭 낮춘 온라인 과정을 우후죽순 개설하고 있다. 단 몇개월 만에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교육계에선 학위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미 앨라배마대학교 졸업식.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AFP)
미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전통적인 4년제 대학의 캠퍼스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초고속 학위 취득을 의미하는 ‘학위 해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한 인사 담당 임원 크리스티 윌리엄스는 메인대학교 프레스크아일 캠퍼스에서 3개월 만에 학사 학위를, 5주 만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사와 석사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4000달러(약 600만원) 수준이었다.

메인대학교 온라인 학위 과정을 통해 학사 학위를 취득한 300명의 학생 가운데 대다수가 취득에 1년이 걸리지 않았다. 25%의 학생들은 한 학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8주 만에 모든 학위 과정을 이수했다. 학위 과정에는 오프라인 수업이나 그룹 토론, 주간 과제, 팀 과제도 없다. 대부분 에세이와 논문으로 평가가 대체된다.

메인대학교 프레스크아일 캠퍼스는 해당 과정이 “나이가 많거나 직장인 등 통상적인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승진이나 이직, 연봉 인상 등에 필요한 학위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취득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역의 많은 대학교들이 치솟는 학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빠른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온라인 학위 취득 과정을 개설해왔다. 이들 대학은 앞서 다른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하지 못한 경우 기존에 취득한 학점을 일부 인정해주거나 직장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돈을 받고 ‘학위 해킹’하는 법을 알려주는 컨설팅 시장까지 형성됐다.

여섯 딸을 둔 워킹맘 세레니티 제임스는 미국 최대 규모 대학 가운데 하나인 웨스턴거버너스대학에서 학사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해 높은 급여를 받는 직책으로 승진했다. 연방 학자금 보조(펠 그랜트)도 받았다. 그는 “전통적인 대학에 입학해 수업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온라인 학위 취득이 “내 인생 최고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에선 ‘학위 해킹’이 학위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교육부는 학생들이 정규 수업의 경우 수업 시간과 과제를 포함해 학점당 최소 주 3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 일반적인 3학점 수업은 총 135시간의 학습을 요구하는 셈이다.

메인대학교 과정을 감독하는 뉴잉글랜드 고등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이 몇 달 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며 “위원회가 해당 대학이 수여하는 학위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는 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고속 단기 학위 취득에 따른 ‘학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학사 또는 석사라는 명칭이 아닌 다른 교육 과정 명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600개의 인문대학을 대표하는 독립대학협의회 회장 마조리 하스는 “우리는 의미있는 졸업장을 원한다”며 “일부 학위 과정은 다른 이름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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