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지난주 공개한 조사 결과와 관영 신화통신·중국품질보를 인용해 ‘유령 케이크’(ghost cake) 스캔들 전말을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해 여름 베이징에서 류씨 성을 가진 남성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문한 생일 케이크에 먹을 수 없는 장식 꽃이 달려 있는 걸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류씨의 신고로 조사에 나선 당국은 400개에 육박하는 점포를 내세워 영업해온 가짜 케이크 체인을 적발했다. 허위 영업허가증을 내걸고 실제 매장은 한 곳도 없는 ‘유령 점포’들이었다.
조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그림자’ 공급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업체가 이를 중개 플랫폼에 재등록하면, 다른 생산자들이 최저가 입찰로 주문을 따내 대신 만들어 배달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즉 더 이상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까지 하청에 하청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가격가 함께 품질과 안전도 깎여나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운영된 유령 업체는 6만 7000여곳으로, 이들 업체를 통해 판매된 케이크만 360만개가 넘었다. 한 사례에선 소비자가 6인치 케이크를 252위안에 주문했는데, 주문이 100위안·90위안·80위안으로 재입찰돼 결국 80위안 업체에 넘어갔다. 소비자가 낸 돈의 절반 가까이를 원청이 챙기고 플랫폼이 20% 수수료를 뗀 뒤 실제 제빵업자에겐 30%만 돌아갔다.
SAMR은 10개월의 조사 끝에 테무의 모기업인 판둬둬(PDD), 알리바바, 바이트댄스의 더우인, 메이퇀, 징둥닷컴 등 7대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와 음식점 허가증 검증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7대 플랫폼엔 총 36억위안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이 가운데 42%(15억위안)를 PDD가 떠안았다. 자료 제출 거부와 허위 자료 제출, 단속 공무원에 대한 물리적 저항 등 이른바 ‘괘씸죄’가 가중된 결과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2015년 식품안전법 개정 이후 사상 최대 규모라고 CNN은 설명했다.
◇쪽지 삼키고 실신 연기까지…저항 수법도 가지가지
‘공룡’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조사였던 만큼,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중국품질보에 따르면 한 대형 배달업체 직원은 옆에서 조사를 받는 동료에게 A4 용지에 “입 다물어라”라고 휘갈겨 전달하다가 공무원에게 발각돼 종이를 구겨 삼켜버렸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엔 같은 업체 보안 책임자가 직원들을 이끌고 조사 현장을 습격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몸싸움을 벌였으며, 며칠 뒤엔 한 임원이 조사 도중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의료진 진단 결과 ‘꾀병’으로 확인됐다. PDD는 처분을 수용한다는 성명을 냈고, 알리바바·더우인·메이퇀·징둥 등도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약속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뿌리엔 중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네이쥐안’(內卷·출혈적 내부 경쟁)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전기자동차부터 태양광 산업까지 번진 저가 출혈경쟁이 배달 업계에선 식품 안전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 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플로라 창 애널리스트는 CNN에 “이번 과징금은 플랫폼들이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도록 길을 여는 조치”라며 “비정상적 경쟁은 최악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플랫폼 수익성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