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아인슈타인' 피터 터크먼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펀더멘털로 시선 이동…금리인하 기대감도↑
최근 시장 흐름은 ‘지정학 리스크 vs 펀더멘털’ 구도에서 점차 후자가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랠리는 외교 이벤트와 기업 실적, 통화정책 기대가 동시에 맞물리며 만들어진 ‘복합 상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우선 시장을 끌어올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재개 기대다. 압바스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미국과의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주말 중 현지로 이동해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대표단의 이동과 접촉 여부는 시장에서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핵심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협상 기대가 약화되며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를 유지하고, 선박 나포 등 충돌이 이어졌다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0.25% 내린 배럴당 105.33달러로 마감했다.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1.51% 내린 배럴당 9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채권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 법무부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됐다.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1.7bp(1bp=0.01%포인트) 내린 4.306%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4.5bp 떨어진 3.78%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39%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전일 대비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반도체주 랠리 지속…인텔 1987년 이후 최대 폭등
금리 하락 기대는 성장주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기술주 중심의 상승을 더욱 자극했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도 기술주와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하며 ‘금리 민감 업종’ 중심의 랠리가 재확인됐다.
기업 실적 역시 시장의 핵심 지지 요인이다. 특히 인텔은 2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주가가 23.6%나 급등했고, 1987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등했다. 이번 급등은 AI 수요 확대 속에서 인텔이 성장 궤도에 재진입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그동안 뒤처졌던 AI 경쟁에서 입지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버코어ISI는 보고서에서 “새 CEO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있는 전략을 실행하면서 인텔이 다시 경쟁 궤도에 올라섰다”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아르전트캐피털의 제드 엘러브룩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반도체와 산업재 전반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업종은 이날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에 독일의 SAP, TSMC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실적 호조도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구글의 대규모 AI 투자 계획 역시 시장의 성장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실적 시즌은 기대 이상으로 출발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6.1%로, 이달 초 14.4%에서 상향 조정됐다. 이는 기업 실적이 여전히 견조한 성장 궤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워드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강한 실적 성장세가 시장이 지정학적 뉴스와 유가 변동에 덜 민감해진 핵심 이유”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시장은 중동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고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 기대가 번번이 후퇴해온 만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엘러브룩은 “이란 관련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협상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다”며 “현재는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4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다우지수는 3주 연속 상승 흐름을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기술·반도체 중심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전통 산업 비중이 높은 다우지수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시장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FOMC, 매그7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주목
시장의 시선은 이제 다음 주로 옮겨가고 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Fed) 회의가 예정돼 있어 금리 인하 시점과 함께 차기 연준 의장 인선 방향이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 종료로 정책 리스크는 일부 완화됐지만,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기술주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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