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협상 특사 파견 전격 취소…“시간 낭비” (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전 05:3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위해 추진되던 특사단의 파키스탄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미·이란 간 외교 교착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미국 내 정치 부담까지 겹치며 협상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지만, 파키스탄이나 오만 등 제3국을 통한 간접 협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들은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이란 협상단이 먼저 파키스탄을 떠나면서 협상 자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며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할 일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란 지도부 내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며 “그들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누가 실권을 쥐고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며 “그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는 필요한 상대면 누구와도 협상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협상 취소 배경과 관련해 “어제와 오늘 사이에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단지 그들이 더 나았어야 할 문서를 가져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흥미롭게도 내가 파키스탄행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합의는 복잡하지 않다. 매우 간단하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군사 압박과 해상 봉쇄를 통한 협상 우위를 강조하면서도 협상 여지는 유지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파키스탄이 중재에 나서며 조성됐던 협상 재개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평가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2차 협상을 주선하기 위해 양측 접촉을 이어왔지만, 핵심 당사자인 미국이 발을 빼면서 협상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과 회담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출국했다. 그는 방문 직후 “매우 생산적인 논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틀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외교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협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란 언론은 아라그치 장관이 이후 오만 무스카트로 이동해 고위 당국자들과 양자 관계 및 지역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애초부터 미국과의 직접 협상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과의 회담 계획은 없다”며 “입장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 협상이 난항을 겪는 핵심 쟁점으로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와 핵 프로그램의 향방,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가 꼽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로, 현재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전쟁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105달러 수준까지 상승해 전쟁 이전 약 75달러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는 에너지뿐 아니라 비료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내 정치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달러에서 4.09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 전망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이 이달 초 이슬라마바드에서 주도한 1차 협상도 약 21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성과 없이 종료됐다. 당시 협상에서도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 처리 문제와 핵 프로그램의 향방,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이처럼 협상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지역 긴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 목표물에 대해 “강력한 공격”을 지시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이는 3주간 유지되던 휴전 체제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 걸프 국가 등을 겨냥해 보복 공격을 이어가며 확전 양상을 보였다. 현재는 휴전이 유지되고 있지만 긴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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