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가입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5월 말까지 유럽에서 항공유 부족에 따른 결항이 발생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성명을 내놨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는 약 6주치의 항공유만 남아 있다”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미 독일 루프트한자는 10월까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총 2만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채산성이 낮은 단거리 노선 운항을 중단해 비용 절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항공(SAS)도 이달 들어 최소 1000편을 결항했으며, KLM네덜란드항공은 약 160편을 감편할 예정이다. 일본 노선의 경우 핀에어가 5월 예약분부터 일본~핀란드 구간 유류할증료를 90% 인상하고, ITA에어웨이즈는 일본~이탈리아 구간을 70%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 항공유 부족의 배경에는 엄격한 환경규제로 역내 정유시설이 줄어 연료 생산능력이 떨어진 특수한 사정이 있다. 항공유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데 정제 시 얻을 수 있는 항공유는 원유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는 디젤 수요가 강해 성분별 수급이 이미 빠듯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여기에 전기차(EV) 전환으로 휘발유 수요가 줄고, 기존 정유플랜트 노후화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정유시설 폐쇄·휴업이 잇따랐다. 영국 업계단체 에너지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유럽연합(EU)의 석유 정제능력은 하루 1219만배럴로, 40년새 30% 가까이 감소했다.
◇항공유 대체조달 못하면 6월 ‘위험수역’ 가능성
유럽은 항공유 수입을 늘려 역내 정제능력 저하를 메워 왔다. 현재 수요의 30%가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중 75%가 중동산이다. 독일 컨설팅사 롤랜드버거의 오노즈카 마사시 파트너는 “유럽의 항공유 부족은 일본의 나프타 부족과 같은 구도”라고 지적했다.
항공유는 요구되는 품질이 높아 장기 저장이 어렵다. 유럽은 통상 연초에 37~38일분 안팎의 재고를 보유한 뒤 여름철로 갈수록 점차 소진하는데, 23일분을 밑돌면 일부 공항에서 연료 부족이 발생해 결항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IEA 시산에 따르면 중동산 수입량의 90%를 다른 지역으로 대체하면 여름을 넘길 수 있지만, 75% 대체 시 8월, 50% 대체에 그치면 6월에 23일분을 밑도는 ‘위험수역’에 진입한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등 정유시설로부터 수입이 늘고 있지만, 유럽 조사기관 케플러의 조지 쇼 시니어애널리스트는 이같은 대체 조달에 대해 “과거 중동에서 받던 공급량 감소분을 모두 메우기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日 ANA·JAL, 인도 경유 급유 시뮬레이션
일본은 원유 자체는 중동 수입에 의존하지만 항공유 조달은 안정적이다. 자원에너지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항공유 국내 생산량은 1210만㎘인 데 비해 수입량은 28만㎘에 그친다. 다만 유럽 노선은 사정이 다르다. 동남아 노선은 출발지에서 왕복분 연료를 한 번에 적재해 도착지 급유를 피하는 ‘탱커링’이 가능하지만, 비행거리가 긴 유럽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도 수면 아래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간부는 “급유를 위해 취항지나 비상 착륙지로 연결돼 있는 공항을 경유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후보지로는 항공유 수출국으로 알려진 인도가 거론된다. ANA와 JAL 모두 인도에 취항하고 있어, 유럽발 일본행 복편에서 인도 경유 급유로 출발지 급유량을 줄이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럽 노선은 방일 관광객 증가와 중동 경유편 이탈 수요로 단가가 오른 ‘알짜 노선’인 만큼,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