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토요타, USMCA 흔들리면 美서 저가모델 철수 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8일, 오후 05:1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유지되지 않거나 새 협정에서 북미산 자동차·부품 관세 부담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에서 저가 모델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오스틴 혼다 매장 부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AFP)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 같은 우려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 단체인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의 제니퍼 사파비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3자 협정인 USMCA가 제공하는 확실성과 규모가 없다면 미국 소비자를 위한 저가 차량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기 집권 당시 USMCA에 서명하며, 미국·멕시코·캐나다산 부품 비율과 임금 요건 등을 충족한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했다. 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등 일부 저가 모델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만, 부품은 북미 3개국 전반에 걸친 공급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자동차 관세 정책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공급망은 흔들리고 있다. USMCA 기준을 충족해 무관세였던 차량에도 비(非)미국산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 USMCA 검토 과정에서는 협정 폐기나 캐나다·멕시코와의 별도 협정 전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저가 차량의 미국 시장 이탈을 부추기는 정책은 생활비 부담 완화를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경제 정책 기조와도 충돌된다.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약 5만 달러 수준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비교적 저렴한 모델로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닛산 센트라(2만 2600달러부터), 한국에서 수입되는 현대 베뉴(2만 550달러) 등이 있다.

온라인 자동차 구매 가이드 에드먼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신차 10종 중 8종은 외국계 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종은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면서 저가 모델을 축소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으로 이미 저가 모델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와 함께 미국 내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며 저가 차량 생산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닛산 미주지역 회장 크리스티앙 뫼니에는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가 저가 차량을 죽이고 있다”며 USMCA 합의가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의 아니타 라잔 사무총장도 “USMCA 연장은 일본계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과제가 우선시된다는 입장이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USMCA를 계속 검토하고 있는 동안, 미국 운전자들에게 차량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행정부는 이러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 감세 및 기타 투자 친화적 정책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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