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트럼프(왼족) 미국 영부인과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멜. (사진=AFP)
이는 2028년 예정이었던 갱신 일정을 사실상 앞당긴 것으로 FCC는 “디즈니 ABC방송국의 위법적 차별 등 잠재적 위반 행위를 조사해왔다”고 설명했다. FCC는 갱신 심사 과정에서 디즈니에 ‘공익 기준 충족’ 여부 입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부연했다.
표면적 명분은 디즈니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에 대한 조사지만, 사실상 키멜의 멜라니아 풍자 농담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키멜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대안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콩트 도중 “우리 영부인 멜라니아도 와 계시네요. 정말 아름다우시죠. 트럼프 여사, 곧 미망인이 될 사람의 광채(expectant widow)가 흐릅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공교롭게도 방송 사흘 뒤인 지난 25일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실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 한 무장 괴한이 총격을 시도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키멜의 농담을 “증오에 찬 폭력적 발언”이라며 엑스(X·옛 트위터)에 ABC의 조치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폭력 선동”이라 규정하며 키멜의 해고를 거듭 요구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도 “키멜은 평생 외면받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후 키멜은 지난 27일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80세인데 부인은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대한 가벼운 농담이었다. 어떤 식으로도 암살을 부추긴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멜라니아 여사를 향해 “증오와 폭력적 수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을 줄이려면 우선 부군과 그 문제부터 이야기해 보시는 게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디즈니 측도 FCC의 면허 심사 명령에 “ABC와 산하 방송국들은 FCC 규정과 미 헌법 수정 1조에 따라 공익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적절한 법적 절차를 통해 입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대응했다.
FCC가 방송면허 박탈 카드를 꺼낸 것은 40여년 만에 처음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실제 면허 박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입증 책임이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을 보여야 하는 FCC에 있어서다.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 ‘파이어’(FIRE)는 “FCC가 DEI 정책을 명분 삼는다지만 시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번 캠페인은 미 헌법 수정 1조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NPR에 “FCC가 이제 미국의 모든 뉴스 조직 위에 검을 매달아 놓은 셈”이라며 “트럼프가 싫어하는 보도를 했다가는 방송국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잘라 말했다.
키멜이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보수 인플루언서 찰리 커크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마가 갱단’(MAGA gang)이 정치적 점수를 따려 한다”고 발언했다가 일주일간 방송에서 하차한 바 있다. 당시에도 브렌든 카 FCC 위원장은 “쉬운 길로 갈지 어려운 길로 갈지는 회사들이 정하라”며 ABC 제휴사들에 대한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정적 등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자신과 측근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이지만 풍자는 ‘해고 사유’라는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사망했을 때 트루스소셜에 “죽어서 기쁘다”고 게재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자신을 비판해온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가 살해됐을 때에도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TDS)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지지자가 올린 “유일한 좋은 민주당원은 죽은 민주당원”이라는 영상을 리트윗하는가 하면, 평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쓰레기”, “악”, “동물”, “해충” 등으로 비하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