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금리 동결 속 30년 만 ‘역대급 이견’ 분출
이번 장세의 핵심 변수는 금리 결정 자체보다 연준 내부의 균열이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지만 성명에서 “중동 상황이 경제 전망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명시하며 전쟁을 주요 변수로 공식화했다.
특히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정책 방향을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베스 해맥 클래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동의하면서도 성명에 ‘완화 기조’를 포함하는 데 반대했다. 반면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별도의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연준이 향후 정책 경로를 두고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임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에드워드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성명 문구를 둘러싼 이견은 연준이 보다 매파적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채권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7.6bp(1bp=0.01%포인트) 뛰며 4.43%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연준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10.3bp나 급등하며 3.947%로 크게 올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의 금리 기대가 사실상 뒤집혔다는 점이다. 머니마켓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2027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하 사이클 진입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분위기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이는 계속 급등하는 국제유가 탓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전쟁 프리미엄’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8.03달러로 전장 대비 6.1% 상승하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케이플러는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6.88달러로, 전장보다 6.95%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이 정책 전환을 늦추는 핵심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렌미드의 제이슨 프라이드는 “전쟁이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연말에 1~2차례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면서도 “현재는 시나리오 범위가 크게 확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개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여기에 연준 리더십 교체 변수까지 겹치며 정책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 법무부가 연준 관련 수사를 종료하면서 케빈 워시의 차기 의장 인준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의장직에서 물러서기로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의장 임기 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이사로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의장 체제에서 정책 커뮤니케이션과 프레임워크가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는 “이번 회의의 핵심은 금리 결정이 아니라 정책 메시지를 둘러싼 이견이었다”며 “새 의장이 새로운 정책 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긴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의 엘렌 젠트너는 “연준 수장이 바뀌더라도 정책 판단의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견조한 성장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안정적인 고용 환경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