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사진=AFP)
보수 진영 다수 의견을 집필한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루이지애나가 흑인 다수 선거구를 신설하면서 인종을 기준으로 삼아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했다”며 “선거구 획정에서 인종 사용을 평가하는 40년 된 기준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부의 대규모 사회 변화를 들어 과거의 인종 차별은 이제 선거구 획정에서 결정적 고려 사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십년 전의 차별이나 현재의 일부 격차는 이제 비중 있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투표권법의 외형은 유지하면서 핵심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소수 인종의 정치 참여를 체계적으로 약화시키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 측 대법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보수 다수가 민권 역사의 핵심 유산인 투표권법을 사실상 해체하는 마지막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전국도시연맹(NUL) 마크 모리알 회장은 “남부에서 인종에 따른 투표 양극화가 현실이고, 인종 간 빈부 격차와 교육 격차, 건강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며 고용 차별 주장도 여전히 만연하다”며 “이런 현실을 무시한 대법원의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민권 활동가 프레스 로빈슨은 “이번 판결의 여파는 연방 의회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판사, 교육위원, 시의원까지 모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종분리 정책(segregation) 시대를 직접 겪은 그는 “우리의 지방·주 의회 의원들이 대거 사라지고, 노예제가 폐지됐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결 직후 플로리다주 의회는 공화당에 유리한 새 선거구 지도를 의결했다. NYT는 이 지도가 적용되면 공화당이 플로리다 연방 하원에서 최대 4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부 각 주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선거구를 재획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이번 판결로 공화당이 남부 선거구 재획정 전쟁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대변인은 “미국 유권자들을 위한 완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이번 판결은 평등한 정의의 약속에서 지속적으로 후퇴하는 도덕적 고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의 영향이 오는 중간선거를 넘어 2028년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