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부 골더스그린에서 유대인 2명이 흉기 피습을 당한 직후, 시민들이 ‘반(反)시오니즘은 테러’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 북부 골더스그린에서 45세 남성이 흉기를 들고 거리를 달리며 유대인을 공격해 30대와 70대 남성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두 피해자는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란 무장 단체 ‘하라카트 아샤브 알야민 알이슬라미야’(HAYI)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런던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공식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골더스그린은 영국 내 유대인 약 28만명의 핵심 거주지로, 최근 한 달 사이 이곳에선 유대인을 겨냥한 표적 공격이 집중됐다. 지난달 24일 유대인 자원봉사 응급 단체 ‘하초라’ 소속 구급차 4대가 방화로 전소된 데 이어, 이달 15일 핀칠리 시너고그(유대교 회당), 17일 헨든 유대인 자선 시설, 18일 해로우 시너고그가 연이어 방화 또는 방화 미수 피해를 입었다.
영국 경찰은 이란 정부와 연계된 조직이 일련의 공격 배후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26명 이상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유대인 사회에 대한 공격은 영국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 위기관리 회의체인 ‘코브라’(COBRA)를 즉각 소집했다.
그럼에도 야권과 유대인 사회는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이는 더 이상 누적되는 패턴이 아니라 유대인을 겨냥한 폭력의 전염병”이라며 “이제 국가적 비상사태이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그렇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수석 랍비 에프라임 미르비스도 “충분한 경고가 있었다. 모든 기관과 지도자의 실질적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폭발·방화 잇따라…이란 배후 의혹
비슷한 양상의 공격이 유럽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직후부터 두 달 사이, 적어도 5개국에서 유대인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라 보고됐다.
벨기에에서는 지난달 9일 리에주 시너고그가 폭발로 파손됐고, 24일에는 안트베르펜 유대인 구역에서 차량 방화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지난달 13일 로테르담 시너고그 폭발과 14일 암스테르담 유대인 학교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달 4일에는 네이커크의 ‘이스라엘 센터’ 건물도 폭발 피해를 입었다. 독일에서는 이달 10일 뮌헨의 한 이스라엘 식당에 폭죽 추정 물체가 투척돼 수천유로 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사건 상당수에 대해 친이란 단체 HAYI가 배후를 자처하고 있어 단순 증오 범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정부의 대리 세력을 동원한 조직적 공작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마크 라울리 런던 경찰청장은 “일부 개인들이 외국 조직과 적대 국가를 위해 폭력 행위를 저지르도록 회유·유도·매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야당 외무장관 그림자 격인 크리스 필프 의원도 “이란이 반유대주의 공격과 이슬람 극단주의를 후원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부 골더스그린에서 한 유대인 주민이 반유대주의 방화 공격으로 전소된 자원봉사단체 소속 구급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장기 통계로 보면 글로벌 반유대주의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NN방송이 이달 14일 인용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반유대주의 폭력으로 숨진 유대인 수는 30년래 최다를 기록했다.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유대인 겨냥 총격으로 15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호주 정부는 이 사건 이후 ‘반유대주의 및 사회 결속에 관한 왕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세계시오니스트기구(WZO)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지난 2년간 글로벌 반유대주의 사건이 34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캐나다 562%, 영국 450%, 호주 387%, 프랑스 350%, 미국 288% 늘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로바로미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유럽인의 약 70%가 “중동 분쟁이 자국 내 유대인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유네스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혐오 표현, 특히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부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약함이 런던에서 반유대주의 공격을 잇따라 부추긴다”고 지적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도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국은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