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지금처럼 ‘도박판’ 된 시장 없었다”…단타·옵션 광풍에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3일, 오전 04:0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오마하의 현인’ 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최근 금융시장을 향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직설적인 경고를 내놨다. 초단기 옵션 거래와 예측시장 열풍이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다.

워런 버핏이 지난해 5월 3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NBC 영상 캡처)
버핏은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기간 중 CNBC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사람들이 도박 심리에 빠져 있는 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버핏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 열린 행사로, 현재 CEO인 그레그 에이블이 공식 일정을 주도했다. 다만 버핏은 여전히 상징적 존재로서 현장을 찾고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버핏은 현재 시장을 “교회에 카지노가 붙어 있는 구조”로 비유하며 장기 투자와 단기 투기의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교회와 카지노를 오간다”며 “여전히 장기 투자자가 더 많지만 카지노는 갈수록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 단위로 만기가 끝나는 ‘제로데이(0DTE) 옵션’ 등 초단기 파생상품 거래를 강하게 비판했다. 버핏은 “하루짜리 옵션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도, 투기도 아니다”며 “그건 도박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아니라 가격 변동 자체에 베팅하는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예측시장 역시 우려 대상으로 지목했다. 정치·군사 이벤트의 결과를 맞히는 방식의 거래가 확산되면서 정보 비대칭과 투기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서 약 40만달러를 벌었다는 의혹을 받는 미군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거래가 왜 이뤄지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미국 법무부가 기소해 수사 중이다.

버핏은 “누군가 하루짜리 옵션을 사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정 사건의 시점을 알고 있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거래가 엄청난 규모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의 양과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최근 개인투자자 유입 확대와 함께 단기 매매 비중이 급증하고, 파생상품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장 흐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투자’에서 ‘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다.

버핏은 투자 원칙뿐 아니라 기본적인 윤리 기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주주와 파트너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남을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하는 것, 즉 ‘황금률’”이라며 “나는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수천 년 동안 이것보다 더 나은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세상은 훨씬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며 “부모 역할이든 기업 경영이든 모두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이 원칙은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결국 자신에게 더 나은 결과로 돌아온다”며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 가운데 불행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버크셔해서웨이는 버핏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그레그 에이블 체제의 첫 성적표를 공개했다.

1분기 기준 현금 및 단기 국채 보유액은 3970억달러(약 58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은 약 240억달러를 매도하고 159억달러를 매수하며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고, 이로써 순매도는 14개 분기 연속 지속됐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향후 기회를 대비한 ‘현금 비축’ 전략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은 보험 부문이 견인했다. 보험 인수 이익은 약 29% 증가하며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반면 자동차보험 자회사 가이코는 비용 증가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비보험 부문에서는 철도 사업이 회복세를 보인 반면, 주택 관련 사업은 수요 둔화가 나타나며 미국 경제의 일부 약화 신호도 감지됐다.

버크셔는 또 약 22개월 만에 자사주 매입을 재개했다. 이는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판단을 반영한 조치로, 전반적으로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회를 기다리는 보수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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