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여파 항공유 급등에…英, 여름시즌 항공편 통합 허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3일, 오후 06:4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영국 정부가 이란 전쟁에 따른 항공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항공사들의 여름 시즌 항공편 통합 운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막판 결항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비상 조치다.

쉘(Shell) 유조 트럭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정부는 3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여름 휴가 시즌 동안 항공사들이 같은 날 동일 목적지로 향하는 여러 항공편의 승객을 한 항공기에 통합 탑승시키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슬롯(이착륙 허가 시간대)을 반납한 항공사가 다음 시즌에 해당 슬롯을 잃지 않도록 보장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호르무즈 봉쇄 후 항공유 배럴당 179달러

항공유 가격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유 가격 모니터에 따르면 4월 24일이 포함된 주의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79달러(약 26만원)로, 전쟁 이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소시에테 제네랄 애널리스트들은 중동산 항공유 공급 차질이 유럽에 급박한 물류 문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히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정부는 항공유 공급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즉각적인 공급 차질은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언에어 “우리는 헤지했지만…타 항공사 도산 우려”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오리어리는 지난달 3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사는 연료 소비량의 80%를 헤지(hedging·사전 가격 고정 계약)해 가격 급등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항공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다른 항공사들에 실질적인 도산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은 2일 채권단과의 협상 결렬로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구제금융 합의가 무산되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연료비를 포함한 비용 급등이 장기간의 경영난에 마지막 타격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英 항공업계 “현재 공급 문제 없어”

에어라인스UK의 팀 올더슬레이드 CEO는 “영국 항공사들은 정상 운항을 지속하고 있으며 항공유 공급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목적이 “여름 여행 시 가족들이 더 큰 안심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항공사들이 스케줄을 조기에 확정하게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항공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발 항공유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노선을 운항하는 국적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의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언제 해소될지, 항공유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될지가 항공업계 생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공항 활주로에서 제트블루 항공기가 멈춰 선 스피릿항공 항공기들 옆을 이동하고 있다. 스피릿항공은 자금 확보 실패로 운항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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