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유 재고,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전 08:0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사상 최대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유가가 한 차례 더 급등할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너지는 4월 한 달간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약 2억배럴, 하루 660만배럴씩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 감소폭으로, 고유가로 수요가 하루 500만배럴 가량 무너졌는데도 재고 감소를 막지 못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누적 손실은 10억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짐 버크하드 S&P 원유리서치 책임자는 “통상적인 달이라면 글로벌 재고는 수십만에서 100만배럴 사이에서 움직이는데, 이번 감소폭은 이를 한참 벗어난 엄청난 규모”라며 “피할 수 없는 시장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공급 손실 속도가 이를 압도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유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고 중동 곳곳의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이후 휴전이 발효되며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동 정세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은 이란의 아랍에미리트(UAE) 공격 등 무력 충돌이 발생했음에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4% 하락한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서 마감했다.

하지만 트레이더들 사이에선 글로벌 재고가 임계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가격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는 그 ‘변곡점’이 수 주 안에 닥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원유 재고가 8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정제유 재고는 전 세계적으로 약 45일분만 남았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지역과 제품의 재고 소진 속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짚었다.

지역별로는 가격평가기관 아거스 집계 결과 북유럽 항공유 재고가 지난달 6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운전 성수기인 여름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갤런당 4.5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미국 운전자들의 소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운전자가 소비하는 원유는 전 세계의 11분의 1에 달한다”며 “미국 원유 재고량이 8월 말 2억배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약 일주일치 수요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미국에선 아직 위기 충격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다. 버크하드는 “미국 원유 재고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여전히 많은 수준이며 글로벌 재고 감소 상당 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했다”면서 “미국 재고가 급감하기 시작하면 더욱 광범위한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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