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합의 기대'에 달러 약세·亞 랠리…위험선호 활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후 04: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진전을 시사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6일 엔화는 달러당 155엔대로 치솟아 2개월 반 만에 최강 수준을 기록했고, 일본 당국이 추가 외환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시장을 달궜다.

(사진=AFP)
이날 코스피는 6.45%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14.4% 뛰어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55조원)를 넘어서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추월했다.

◇“이란 최종 합의 임박”…달러 약세에 유가 하락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해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호위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곳으로, 이란이 지난 2월 말부터 봉쇄를 이어오고 있다.

이 소식에 브렌트유는 1.6% 하락하며 배럴당 108.0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100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달러 인덱스(DXY)는 0.3% 하락한 98.02를 나타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각각 0.4% 오른 달러당 1.1740달러, 1.3594달러에 거래됐다.

캐피털닷컴 애널리스트 카일 로다는 “미국이 추가 적대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가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면서도 “원유 공급은 여전히 막혀 있고 해협도 폐쇄된 상태라 유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엔화 급등에 ‘개입 의혹’…일본 당국 “노 코멘트”

엔화 가치는 이날 장중 최대 1.8% 급등해 달러당 155.04엔까지 올랐다. 지난 2월 24일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다. 이후 156.37엔 부근으로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는 강한 강세를 보이기 직전 달러당 157.80엔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일본은 이날 헌법기념일 대체휴일로 시장이 휴장 상태였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엔화 강세 현상에 대해 유동성 저하가 아닌 당국 개입의 흔적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뒀다. 일본 재무성은 공휴일 중 이뤄진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추이 (단위: 달러당 엔, 자료: 블룸버그)
앞서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30일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블룸버그 집계 일본은행(BOJ) 계정 분석에 따르면 당시 투입 규모는 약 345억달러(약 50조2010억원)로 추정된다. 직전에 160엔대를 넘보던 엔화는 개입 이후 155.50엔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1일과 4일에도 157엔대에서 155엔대로 급격히 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달러·엔이 갑자기 하락하는 패턴은 개입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최근 가격 흐름은 일본 재무성이 달러당 160엔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막고 투기 세력을 억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카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이번 주 초 “투기적 움직임에는 미·일 간 서명한 성명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최고 외환 당국자인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도 지난주 투기 세력에 “도망치고 싶다면 이것이 마지막 퇴각 권고”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이 지난주와 같은 규모로 최대 30차례 추가 개입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 가이드라인상 일본이 자유 변동환율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오는 11월까지 추가로 두 차례(각 3일치)의 개입만 가능하다는 점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엔 매수에 재차 나서기도 했다.

크레디아그리콜 CIB의 데이비드 포레스터 선임 전략가는 “이 IMF 가이드라인 보도가 투자자들을 달러·엔 매수로 이끌었다”며 “이것이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에 157엔선 방어를 위한 또 다른 개입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사상 첫 7000 돌파…삼성 ‘1조 클럽’ 입성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MSCI 전세계지수(ACWI)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신흥시장 지수와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2.8% 급등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 코스피는 6.45% 급등해 7000선을 사상 최초로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4.4% 뛰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서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제치고 월마트에 근접했다.

나티시스인베스트먼트의 러시 칸나 아시아 주식 투자 책임자는 로이터에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지출로 반도체·기술 하드웨어·산업재·소재 섹터의 아시아 이익 성장 궤도가 내가 오랫동안 목격한 어떤 것보다 가파르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은 빅테크 실적에도 반영됐다. AMD는 전날 장 마감 후 2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고 밝히며 시간외에서 16.5% 급등했다. 데이터센터 칩에 대한 수요가 AI 인프라 투자 가속화에 힘입어 강하게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이미니(E-mini) 선물은 0.3% 상승했다.

한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424%로 보합을 나타냈다. 금 가격은 2.1% 오른 온스당 4651.8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오는 8일 발표되는 미국 4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다. 고용이 탄탄하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 통화정책을 유지할 근거가 강화되고, 반대로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 미·이란 협상의 구체적 진전 여부도 변수다. 호르무즈 봉쇄 해제가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에 추가 훈풍이 될 수 있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