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에너지 전략도 근본부터 재설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협상 지렛대’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걸프국에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는 이라크 바스라에서 오만까지 이어지는 1800㎞의 ‘걸프 슈퍼 익스프레스 송유관’ 건설을 제안했다. 사업비는 550억 달러(약 80조원)에 달하지만 이란이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25년간 부과하면 현재가치로 540억 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정적으로 충분히 추진할 만한 사업이라는 평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이란전 동안 아라비아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200㎞ 대체 송유관을 최대 가동해 생산은 줄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4.3% 증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에너지의 지정학은 수년에 걸쳐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란전 이후 히트펌프 주문이 2배 이상, 태양광 판매는 80%, 전기차 리스는 85% 각각 증가했다. 유럽연합(EU)도 화석 연료보다 전기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 개편을 예고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도 냉혹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 중 한국만큼 심하게 타격을 입은 나라는 없다”고 짚었다. 산업 핵심 공급망 41개 품목 중 70%가 중동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나프타 수입의 70% 이상도 중동산이다. 반도체 공급망도 흔들렸다. 카타르산에 64.7%를 의존하던 헬륨 가격은 40% 이상 급등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나프타 하나가 자동차·반도체·가전 등 전 산업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며 “국가별·루트별·품목별 다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