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기준 아마존·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산 잉여현금흐름은 올해 3분기 약 40억달러(약 5조 86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간 분기별 평균 450억달러(약 65조 9100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최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4사 매출이 현재의 7분의 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수치라는 진단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아마존은 올해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지출할 전망이다. 비저블알파 추정에 따르면 약 100억달러(약 14조 650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간다. 아마존은 올해 2000억달러(약 29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4사 중 최대 규모다.
메타도 하반기에 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MS도 최소 1개 분기 동안 현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벳의 연간 잉여현금흐름은 흑자를 유지하지만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투자 부담은 주주 환원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알파벳은 1분기 자사주를 한 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2015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시작 이후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1분기에 310억달러(약 45조 4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 6일에는 유로·캐나다달러 표시 채권 170억달러(약 24조 9000억원)어치를 추가로 찍어냈다.
메타도 지난 6개월간 550억달러(약 80조 55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일시 중단했다. 2017년 자사주 매입 시작 이후 가장 긴 중단 기간이다. 메타는 다른 빅테크와 달리 데이터센터 임대 수익을 낼 클라우드 사업이 없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주 “각 제품이 월별로 어떻게 성장할지 매우 정밀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인정했고, 이미 인력 감축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AI 인프라 구축은 초기 클라우드 사업(아마존웹서비스·AWS) 베팅과 비슷하다”며 “(AWS는) 수년간 재무제표에 부담을 줬지만 지금은 회사 이익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넌에 위치한 33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사진=AFP)
문제는 빅테크들이 재무지표를 좋게 보이게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FT에 따르면 메타 등 일부 기업은 수백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특수목적법인(SPV)으로 옮겨 자사 재무제표에서 빼고 있다. 이런 구조는 월가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고 데이터센터 부채가 빅테크 본사 재무제표에 완전히 잡히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모호해진다는 우려가 커진다. 래리 엘리슨이 이끄는 오라클도 오픈AI와 맺은 3000억달러(약 439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계약을 추진하면서 장부 밖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회계 처리 자체도 도마에 오른다. 시카고대학 부스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티안 로이츠 회계학 교수는 “잉여현금흐름은 표준 회계 규칙에 정의돼 있지 않아 기업이 주식 보상이나 임차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재량이 크다”며 “여러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제 잉여현금흐름은 그들이 발표하는 수치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압박도 비용을 키우고 있다. AI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 가격이 오르고 데이터센터 구축·장비 비용도 함께 뛰고 있다. MS는 가격 상승만으로 올해 자본지출이 250억달러(약 36조 6000억원)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고, 메타도 비슷한 이유로 투자 전망치를 100억달러 더 올렸다. MS의 서버·네트워크 장비·소프트웨어 자산 가치는 2022년 중반 610억달러(약 89조 3400억원)에서 현재 1910억달러(약 279조 7000억원)로 3배 이상 불어났다.
로이츠 교수는 빅테크의 AI 투자 사이클이 통신·화학 같은 자본집약 산업의 과거 투자 사이클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과잉투자가 공급 과잉, 마진 압박,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 경영진들은 경쟁사가 투자할 때 따라가지 않으면 변혁적 기술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멈추지 못한다. 로이츠 교수는 “이것이 다시 자본 사이클을 강화하는, 본질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