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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의 월별 증여 신청 부동산 수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2025년 5월 약 688건 수준이던 증여 신청은 6월 676건, 7월 740건, 8월 645건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9월 약 881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10월 837건, 11월 717건을 기록한 뒤 12월에는 약 1,054건까지 급증했다. 2026년 들어서도 흐름은 이어졌다. 1월 약 785건, 2월 903건 수준으로 증가했고, 3월에는 약 1,387건, 4월에는 무려 2,153건 수준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소유권이전등기(증여) 신청 부동산 현황 (그래픽=도시와경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핵심은 정책이 시장 심리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라는 압박을 통해 매물을 유도하려 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팔라는 신호가 아니라 절대 팔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 보유자들은 이미 지난 상승장을 통해 학습을 마쳤다. 이들에게 핵심 입지 자산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커지는 안전자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를 감수하며 매도하는 것은 자산을 잃는 행위로 인식된다.
결국 다주택자들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바로 증여다. 현재 증여 취득세율은 최대 수준까지 적용 시 표면적으로 보면 상당한 세금 부담이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가 부활할 경우 차익 대부분이 세금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증여세와 취득세를 부담하고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특히 핵심지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단기 세금보다 미래 가치 보존이 더 중요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증여 이후에는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된다. 즉, 증여받은 주택을 10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 기준으로 양도세가 계산된다. 이는 사실상 증여된 물건이 최소 10년 동안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는 매물을 유도하겠다며 양도세 압박을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택을 장기 잠김 상태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실수요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간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감소하면 시장은 가격 조정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마저 증여를 통해 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면, 실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물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거래량은 감소하지만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최근 서울 핵심지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종종 세금이 집값을 잡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세금이 거래를 막고 공급을 잠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매도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증여나 장기 보유라는 선택으로 이동한다. 정책이 의도한 방향과 시장의 실제 행동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산 고착화다. 증여가 늘어날수록 핵심 입지 부동산은 세대 간 이전을 통해 계속 묶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절세 문제가 아니다. 결국 기존 자산 보유 계층은 계속 핵심 지역을 점유하게 되고, 무주택 실수요자는 점점 진입 기회를 잃는다. 정부는 세수 확보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시장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언제까지 세금이라는 압박만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인가. 거래를 막는 정책은 결국 공급 감소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과세 강화가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적 해법이다. 거래세와 양도세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2026년 5월 이후에도 시장이 기대하는 매물 폭탄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미 상당수의 물건은 증여라는 이름 아래 시장 밖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