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국민배당금' 제안에 증시 '출렁'…"AI 수익 분배 요구 확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후 03:57

[이데일리 성주원 김유성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호황에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논의를 제안하면서 우리 증시가 출렁였다. 청와대 핵심 참모의 발언이 기업 증세 가능성으로 해석되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지만, 김 실장이 입장을 보충하면서 빠르게 되돌아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3월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AI 붐의 수혜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재분배하려는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AI 수익 분배 요구가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되는 신호로 읽힌다는 시각도 나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가칭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자는 게 아니라, 호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어떤 원칙으로 분배할지 사전에 설계하자는 취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코스피는 장중 한때 5.1% 급락했다. 시장은 ‘국민배당금’을 AI·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초과이익세(횡재세)의 사전 포석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그러나 김 실장이 “기존 세금 체계에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삼는 것”이라고 부연하자 지수와 관련 종목은 상당 폭 낙폭을 만회했다. 이날 장중 7999을 찍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9% 하락한 7643.15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2.32% 내린 1179.29에 장을 마쳤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블룸버그통신은 코스피의 이같은 급락·급반등이 올해 들어 쌓인 ‘불안한 낙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86% 가까이 상승했다. DS자산운용의 윤준원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구조라 투자자들이 언제든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롬바드 오디에 싱가포르의 호민 리 전략가는 “코스피 급락의 방아쇠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상치 못한 AI 배당금 발언이었다”면서 “김 실장이 횡재세 도입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의 크리스티 탄 수석 투자 전략가는 “김 실장의 제안은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삼는 것이어서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건 아닌지 경계할 수 있다”며 “아시아 경제권이 디지털화와 AI가 만드는 공동의 미래에 대한 소유권 신호를 보내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급증하고,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239조원에 달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메모리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자산 보유자 등 생산자산에 접근한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수 중산층은 원화 강세에 따른 구매력 개선 등 간접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 재원 활용 방안으로는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계좌 등을 예시로 들었다. 김 실장은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초과세수가 원칙 없이 소진됐다고 지적하며 “이번 AI 인프라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가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사례도 참고 모델로 거론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동조합과 정부 중재 임금 협상 마지막 날을 맞았다. 삼성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반도체 부문 직원에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한 것도 협상의 준거 사례로 거론된다.

시장은 ‘횡재세가 아니다’라는 해명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AI 수익 분배 논의 자체는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형로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부사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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