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나프타 대란에…日 과자봉지 ‘흑백 시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후 07:1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일본 대표 식품업체 가루비가 포테이토칩 등 주력 제품의 포장을 흑백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동 분쟁으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서 인쇄 잉크 원료인 용제와 수지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나프타 대란이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소비자 시선을 끌기 위해 경쟁해온 식품업계의 상식까지 뒤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칼비)
1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가루비는 포테이토칩을 비롯해 14개 주력 제품 패키지를 흑백 디자인으로 전환한다. 잉크 사용량을 줄여 공급 차질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란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발생한 나프타 대란은 제품 포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포장 인쇄에 사용되는 ‘그라비아 잉크’의 원료는 용제와 수지 등 나프타 유래 성분 비중이 높다. 특히 톨루엔·자일렌 등의 용제는 페인트·접착제·시너 등에도 폭넓게 사용돼 최근 수급 압박이 심화한 상태다. 일본은 잉크용 용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확보 가능한 재고가 사실상 7월분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료 역시 나프타와 관련이 있다. 흰색 안료에는 광물, 검은색 안료에는 탄소를 사용하지만 그 외 색상에는 석유 유래 원료를 많이 사용한다. 이에 따른 원가 부담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 일본 중견 제과업체는 닛케이에 “잉크와 필름 부족을 이유로 포장재 업체로부터 6월 이후 필름 가격을 20~40%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흑백 포장 전환은 원가 부담 완화에도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포장 인쇄는 투명 플라스틱 필름에 사전 처리로 잉크를 도포해 전체를 흰색으로 만든 뒤, 색이 섞이지 않도록 한색씩 건조하며 인쇄한다. 보통 4~8색 정도의 잉크를 사용하는데 흑백 인쇄로 바꾸면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포장 변경 흐름은 확산하고 있다. 일본 할인점 돈키호테 운영사인 PPI는 자체 브랜드(PB) 라거 맥주 캔 디자인을 모노톤으로 단순화해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음료 기업 아사히 소프트 드링크는 라벨 없는 생수와 소형 라벨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현재 박스 판매에만 허용한 라벨 없는 음료를 내년부터 낱개 판매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