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근원 물가까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7%)를 웃도는 수치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상승폭과 같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0.3%, 2.7%였다.
근원 CPI는 연준이 중시하는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헤드라인 CPI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근원 CPI까지 예상치를 웃돈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물가 상승이 이란 전쟁 충격이 미국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5% 이상 상승했다. 이미 3월에 21% 급등한 이후 추가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우려가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주유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항공료와 식료품, 물류비 등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4월 항공료는 전월 대비 2.8%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제트연료 가격 급등에 대응해 항공사들이 항공권 가격과 수하물 요금을 인상하고 일부 노선 공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호텔 가격도 전월 대비 2.8% 올라 2024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식료품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4월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7% 상승하며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육류와 유제품, 신선 과일·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비료 가격 상승과 운송비 증가가 식품 가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식품 가격 상승이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 물가는 최근 수년간 미국 가계의 구매력 악화를 상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질 임금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날 함께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반영한 미국의 시간당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주거비 상승 역시 근원 물가를 밀어 올린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4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해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블룸버그는 여기에는 통계 왜곡 효과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 당시 일부 임대료 조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후 6개월 단위로 조사하는 임대 샘플을 다시 반영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1년치 상승분이 한꺼번에 통계에 잡히며 월간 상승폭이 평소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상품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신차 가격 하락 영향으로 근원 상품 물가는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중고차 가격도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향후 다시 상품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의류와 장난감 등 관세 영향에 민감한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은 이번 CPI 발표 이후 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을 다시 수정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연말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다만 연준이 더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CPI보다 주거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향후 발표될 생산자물가지수(PPI)와 PCE 결과가 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