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정부 측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안을 내지 못할 정도로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간극이 컸던 탓에 제2차 사후조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가시화하게 됐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24년 당시 첫 파업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공언한 파업 참여 인원 수가 5만명에 이를 정도로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전면에 나서 강제적인 파업 중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정부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토론을 이끌어 내면서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인사들은 이날 잇따라 삼성전자 파업을 직접 거론하며 대응 의지를 보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차관으로부터 제2차 사후조정 결과를 보고 받은 후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긴급조정권 발동 전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번뿐이다. 다만 전례들을 살펴보면 이번에는 얼마든지 정부가 결단을 내릴 요건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건 지난 2005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때다. 노무현 정부는 친노동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두 항공사의 조종사 노조 파업이 국가 물류망과 휴가철·연말연시 국민 일상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당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데다 자율교섭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2005년 항공사 파업 때 피해액은 2063억원 정도였다. 수십조원 손실이 예상되는 반도체 파업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음에도 정부는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기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글로벌 공급망 이슈, 주식 시장 파급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히 긴급조정권 발등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이 노사 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사가 자율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적 개입이 이뤄질 경우 노사 환경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긴급조정권 외에 삼성전자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론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삼성전자는 “노조 쟁의를 멈춰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도체 사업장과 설비는 법령으로 정한 국가 핵심 기술이자 국가 첨단전략 기술인 만큼, 위법한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합법적 범위에 한해서는 파업이 가능한 만큼 원천적으로 파업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 파업의 범위가 줄게 되고, 노조의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 박 교수는 “파업 효과를 상쇄시킬 정도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보안이나 안전 업무 등 일부에 국한해 가처분이 인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일까지 약 일주일간의 시간이 남은 만큼, 노사가 파업 직전까지 막판 물밑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는 파업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