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에 젠슨 황 합류…AI 칩, 협상 테이블 핵심 의제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3일, 오후 06:5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대표단 명단에서 빠졌던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막판에 깜짝 합류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가 새로운 협상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회담 결과는 에너지·핵심광물·반도체 공급망에 깊숙이 얽혀 있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젠슨 황 합류…AI칩이 새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알래스카 경유지에서 젠슨 황을 에어포스원에 탑승시키며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 시장 개방을 첫 번째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주요 기업인들도 동행했다.

황 CEO의 합류는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에게 전화해 합류를 요청했고, 황은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H200 AI 칩은 미 정부가 지난해 12월 대중 수출을 승인하면서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구매를 허용하지 않아 실제 수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황 CEO가 이번 방중 대표단에 합류하면서 AI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수출통제 합의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황이 대표단에 합류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심광물 휴전 연장이 진짜 의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실질적 핵심 의제는 ‘핵심광물’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이후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중희토류 수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미국을 압박해 왔다. 복수의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13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중국이 핵심광물을 글로벌 경제 교란을 최소화하는 수준, 즉 ‘딱 그만큼만’ 공급하고 있다”며 “언제든 이를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자원 부족 국가로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고 가공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져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 전반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며 “시간을 버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고 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은 “트럼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적 협상보다 중간선거 전에 유권자에게 내세울 수 있는 헤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농산물 구매를 약속하는 대신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연장에 대한 묵인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원장은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는 미국은 관세의 고삐를 늦추고 중국은 자원 빗장을 열어두는 비대칭적 거래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대만·이란, 한국 안보와 직결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란은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 주요 의제가 아니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변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이데일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다”며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에 역할을 요청해온 과거 패턴과 유사한 구도다”고 진단했다.

대만 문제도 뇌관이다. 최 원장은 “대만 이슈는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발생 시 충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워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애써 외면하려는 이른바 ‘블랙 엘리펀트’(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재앙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골치 아파서 모두가 모른 척 외면하는 큰 문제) 리스크다”고 경고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도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선언 정책이 미묘하게라도 변화한다면 역내 동맹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한국으로선 이번 회담 결과가 ‘좋아도 문제, 안 좋아도 문제’다. 또 다른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파트너는 미·중 관계가 매우 좋아지면 오히려 불안해진다”며 “미·중 협력이 한국의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빅딜보다 관리된 갈등의 연장에 그칠 것이다”며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헤징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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