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5%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영향으로 장기 국채 금리는 오랜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5월 발행된 30년물 국채 금리는 1.25%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당시 발행 채권은 현재 시장에서 액면가의 절반 이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입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응찰률(bid-to-cover ratio)은 2.30배로 최근 6개월 평균을 밑돌았고, 발행 전 거래금리 대비 낙찰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테일(tail)’ 역시 확대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미국 장기채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외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 등이 포함되는 간접 낙찰 비중은 66.6%였고, 직접 낙찰 비중은 21.74%, 프라이머리 딜러 비중은 11.66%였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비교적 유지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장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입찰이 사실상 ‘C학점’ 수준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주 실시된 3년물과 10년물 입찰 역시 모두 평균 이하 수요를 기록하면서 미국 국채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 금리는 쉽게 말해 미국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미래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물가가 연 5%씩 오르는데 국채 이자가 3%라면 사실상 손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낮은 금리로는 못 사겠다”고 나서면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시장 금리는 올라간다.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역시 투자자들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반영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 이후 중동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졌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도 함께 오르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소비자물가와 도매물가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스티븐 젱 도이체방크 금리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30년물 금리가 5% 수준에 도달하면 연기금과 부채연계형 투자자(LDI)의 매수 수요가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수준부터 장기 국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흔들 경우 시장은 연준의 정책 경로를 다시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그 경우 장기 금리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에 근접한 3.99% 수준에서 거래됐고, 10년물 금리는 4.476%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5% 선 위로 올라서며 추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증시는 금리 급등 충격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AI 관련 기술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최근 금리 상승에도 AI 투자 기대감과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장기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한편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도 장기 금리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최근 기준 6.37%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