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 한미교류 기관인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의 첫 한국계 미국인 회장인 에이브러햄 김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관계가 변하면 서로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이브러햄 김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김상윤 특파원)
그는 최근 관세와 통상 문제 등 한미관계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질문에 ’결혼‘을 비유로 들었다.
김 회장은 “부부 사이에도 의견 충돌은 생기지만 그렇다고 결혼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에게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 변화에 맞춰 관계 역시 성숙해져야 한다”며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도자의 성향과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1957년 설립된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국전쟁 영웅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주도해 만든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 한국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으며, 정·재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미국 내 대표적 한미교류 플랫폼으로 꼽힌다.
에이브러햄 김 회장은 이 단체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수장이다. 그는 자신을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라고 소개하며 “1970~90년대만 해도 많은 한인 2세들이 한국인 정체성을 숨기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에는 ’남한 사람이냐 북한 사람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제는 K드라마를 봤는지, 블랙핑크나 BTS 팬인지 묻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는 이제 미국 사회에서 ’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오히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한국 정체성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훌륭하고 중요한 것을 많이 갖고 있다고 설명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런 관심을 어떻게 실질적인 협력과 연결로 이어가느냐”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역할 역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한미관계를 이끌어온 기존 세대가 교체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이해하는 차세대 리더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학교 교육 문제가 아니라 정책·경제·문화 영역을 연결하는 전문 네트워크와 멘토십 구축의 문제”라며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확대되면서 한미관계의 무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3000억~35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유입될 예정”이라며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은 한미 파트너십에 매우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곳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루이지애나·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인디애나·텍사스 등을 거론하며 “이들 지역에서 교육과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경제와 투자를 담당하겠지만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교육, 지역사회 이해를 지원할 수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이 미국 지역사회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 활동 역시 뉴욕과 워싱턴DC 중심에서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워싱턴DC가 정치와 권력의 중심이라면 뉴욕은 금융과 비즈니스, 유엔과 문화의 중심”이라며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정책·경제·문화·교육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공급망·경제안보·문화산업처럼 지금의 한미관계는 여러 영역이 결합된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며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이런 접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올해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선정됐다는 점도 공개됐다. 밴 플리트상은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미국 내 한미관계 관련 행사 가운데 가장 상징성이 큰 행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김 회장은 “AI와 첨단기술이 한미 파트너십의 핵심 의제가 된 상황에서 젠슨 황은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 CEO는 미국과 대만에서는 다양한 상을 받았지만 한국 사회 차원의 상징적 인정은 많지 않았다”며 “이번 수상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한미 기술협력과 사람 간 관계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측과 직접 일정을 조율해 참석을 확정했다”며 “황 CEO와 엔비디아 측 모두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올해 밴 플리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8일 맨해튼 남부 치프리아니 사우스 스트리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