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한정(오른쪽) 중국 국가부주석의 영접을 받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은 이번 환영식이 “2017년 방중 당시보다 다소 격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영접에 나선 한 부주석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참석한 인물로, 중국 권력 서열 8위로 분류된다. 다만 그는 2017~2022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뒤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를 끝으로 상무위원에서 퇴임했으며, 이듬해 부주석에 선출된 뒤로는 외교 의전을 주로 맡는 ‘의례직’(ceremonial) 인사로 통한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첫 방중 때 영접에 나섰던 양제츠가 당시 정치국 위원이자 중국 외교 사령탑이었던 점과 대비된다.
격차는 영접 인사뿐 아니라 일정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시 주석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자금성으로 직접 안내했으며, 성 내부 단독 관람, 베이징 경극 관람, 만찬까지 제공했다. 특히 자금성에서 외국 정상이 만찬을 한 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이었다. 이런 파격 의전을 두고 당시 중국 정부는 ‘국빈방문 플러스’라는 별칭을 붙여 통상적인 국빈방문을 뛰어넘는 의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금성 만찬·경극 관람 등 ‘플러스’를 상징하는 이벤트가 일정에서 모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천단공원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문화 코스를 갈음하게 된다.
NYT는 컬럼비아대 사학자이자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정책 담당자였던 줄리언 게비르츠를 인용해 “베이징은 한정의 ‘부주석’ 직함이 의례직임에도 격식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며 “의전과 격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를 활용해 경제 갈등 재점화를 막고 중국이 시간을 벌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대만 국립정치대 정웨이펑 부연구위원도 NYT에 “만약 중국이 정치국 위원급 인사를 보냈다면 ‘이번 만남이 그만큼 중요하고 당신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한 부주석 영접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2009년 첫 방중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당시 부주석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시진핑의 영접을 받았다. 시 주석은 당시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자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당시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관람하고 후진타오 주석 주재 국빈만찬에 참석했지만, 자금성을 만찬장이나 공연 무대로 활용하는 파격 의전을 받지는 않았다.
◇꼭 ‘격하’로 단정하긴 어려워…“베이징의 정교한 메시지”
다만 한 부주석 영접이 무조건 ‘격하’를 의미한다고만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베이징의 의전 변화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NYT는 “베이징은 과거에도 의전 수위를 미묘하게 조절해왔다”며 2014년 오바마 대통령 재방중 사례를 들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로, 베이징은 왕이 당시 외교부장을 공항에 보내는 부처급의 ‘표준 의전’을 적용했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빈방문 때는 한 부주석보다 직급이 낮은 션이친 국무위원이 영접에 나섰다.
즉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영접이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직접 영접받았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방문이나 지난해 푸틴 대통령보다는 여전히 윗급인 셈이다.
NYT는 “한 부주석 영접은 베이징이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미국을 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국빈방문에 걸맞은 의전은 받지만, 그 이상의 특별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도 NYT에 “중국 외교에서 의전은 곧 실질이며, 국빈 방문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거들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9년 만의 미국 대통령 방중인 이번 일정에서 중국은 의장대·군악대·어린이 300명 등을 동원해 풀패키지 환영식을 펼쳤다. (사진=AFP)
환영식 외형 자체는 호화로웠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공항 활주로에는 레드 카펫이 깔렸고, 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했다. 푸른색·흰색 단복을 맞춰 입은 어린이 300명은 양국 국기를 흔들며 중국어로 “환영, 환영, 열렬히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먹을 쥐어 보이며 화답한 뒤 차량 행렬에 올랐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양국 국기로 장식됐고, 베이징 시내 고층빌딩 외벽에는 ‘베이징이 환영한다’(北京歡迎)는 한자가 점등됐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는 ‘환영트럼프방중’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한편 본격적인 양자회담은 14일 오전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9시 55분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10시 환영 행사를 마친 뒤 10시 15분부터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후에는 천단공원을 둘러보고, 저녁 6시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 주최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15일에는 시 주석과 차담·업무 오찬을 한 뒤 미국으로 출국한다.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회동 이후 7개월 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