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앞에 놓인 ‘3가지 난제’…고물가·트럼프 압박·연준 분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후 07:1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르면 이번 주 중 새 연준 의장에 취임할 워시 앞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연준 내부의 견제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워시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5년 넘게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으며,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최근 상황이 더 악화할 조짐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에 일부 연준 인사들은 중동 상황과 무관하게 현재 금리가 물가를 억제하기에 충분히 높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선택지가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쟁과 고유가 충격으로 둔화 위험이 커진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금리를 내리면 경기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자극할 위험이 크다. 금리를 동결하는 것조차 실질적으로는 완화 효과를 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금리 인하 요구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고, 자신이 지명한 워시가 이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실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워시는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시점의 금리 인하를 요구한 적은 없다”며 독립적 운영 의지를 강조했다.

워시가 이끌게 될 연준 내부가 상당히 분열된 상태라는 점도 과제다.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는 4명의 위원이 정책 성명에 반대 의견을 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큰 이견이었다. 그중 3명은 연준이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뉘앙스조차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트럼프가 요구하는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지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의장직 종료 후에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워시의 부담은 더 커졌다. 파월이 공개 활동을 자제하더라도 그의 존재 자체가 워시의 정책 방향에 회의적인 연준 내부 인사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파월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워시는 단 54표 찬성으로 인준됐다.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만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1977년 연준 의장직이 상원 인준 대상이 된 이후 가장 낮은 찬성률이다.

만약 워시가 트럼프의 뜻대로 빨리 금리를 낮추지 않아 트럼프의 지지를 잃거나 공격받더라도 의회가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않을 수 있다. 파월은 트럼프의 공격 속에서도 상원 내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법무부가 연준에 대한 형사 수사를 중단하기 전까지 워시 인준 절차를 지연시키겠다고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워시가 자신이 약속한 연준의 ‘체제 전환’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는 이처럼 극도로 어려운 정치 환경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는 금리 정책을 넘어 연준 자체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6조 7000억 달러 규모인 연준 대차대조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재정정책에 가까운 것으로, 정부 지출 지원 역할은 의회가 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또 연준이 향후 금리 방향을 사전에 암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고, 연준이 보다 일관된 목소리를 내도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편하며, 연준이 활용하는 데이터 체계도 손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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