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아 모두발언을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선 이같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다른 국가 지도자들을 불러 호통치던 모습과 달리 공손해진 이유가 뭐냐” 등의 견해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얌전하고 공손한 모습으로 시 주석과 마주 앉았다. 이는 두 정상이 처한 위치 변화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또 다른 중동 수렁에 빠진 사이, 중국이 동등한 초강대국으로서 자신감을 굳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의장대 사열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양국 관계의 경계선을 그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만 문제를 가장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분쟁으로 치달아 전체 미·중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장기 통제 전략을 건드리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화해 시도가 좌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레드라인’을 설정하며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NYT 역시 “이번 회담은 두 적수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을 ‘일자리 도둑’, ‘안보 위협’으로 묘사해 온 것과 정반대로 회담 내내 유화적 어조를 유지했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과 동등한 초강대국으로 행동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자신의 통치 철학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했으며, 그가 꺼내 든 카드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분석이다.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때 전쟁이 불가피해진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의 통찰을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현대 국제정치 개념으로 대중화한 용어다. 시 주석은 “양국 공통의 이익이 차이보다 크다”며 “미·중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인 미·중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표현을 처음 제시했다. 러시 도시 조지타운대 중국연구자는 엑스(X)에 “중국이 지금의 유리한 상황을 ‘합의’로 굳히려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이후까지 이를 양국 관계의 기본 틀로 못 박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이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을 문제 삼거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재건하려 할 때 이를 ‘약속 위반’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회담 결과 발표에서도 양국의 미묘한 시각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펜타닐 원료 차단 강화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부각한 반면, 대만 문제와 희토류 수출 규제, 중국의 핵무기 급속 증강 등 민감한 사안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와 이란의 통항료 부과 반대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NYT는 “중국이 대(對)이란 영향력을 무상으로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그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30명을 동행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설명했지만, 1990년대 빌 클린턴·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재계 인사들과 함께 중국 시장을 두드리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동행단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중국 내 자국 기업 우대 정책에 시달려 온 ‘베테랑’들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진단이다. 시 주석은 중국 대표 기업 경영진을 데려오지 않아 대비를 이뤘다.
두 정상의 진짜 이견은 15일 오전 예정된 소규모 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대 일 회동을 선호하며, 중국 영공을 벗어난 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회담 결과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층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NYT는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