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AFP)
하지만 15일(현지시간) 종료된 정상회담 이후에도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하면서 엔비디아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특히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칩 구매 여부에 대해 “중국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중국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판매 재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중국 측 선택에 공을 넘기는 듯한 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리어 대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AI 칩 수출 통제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H200’의 중국 판매를 승인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대표 AI 가속기 가운데 하나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과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활용되는 핵심 반도체다. 업계에서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정부는 실제 구매를 승인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판매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사실상 구매를 보류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한 기술 자립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언제든 반도체 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산 첨단 칩 의존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국산화 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에도 AI 반도체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엔비디아의 대체 공급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직전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자사 최신 AI 모델을 화웨이 칩에 최적화했다고 공개한 것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중국 AI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 생태계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화웨이 중심의 독자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 경쟁의 핵심은 결국 컴퓨팅 인프라와 반도체 공급망인데, 중국이 자국산 칩 기반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미국의 기술 통제 효과가 점차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CEO 역시 이런 흐름을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그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촉진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중국 기업들이 결국 미국 기술 대신 중국산 하드웨어에 적응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AI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거대 기술기업들이 대규모 AI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모델 개발이 급증하면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첨단 AI 칩이 중국 군사력 강화나 감시 기술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강하다.
그리어 대표 역시 인터뷰에서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데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미국이 AI 칩 분야에서 앞서 있는 상황 자체를 중국은 자국 성장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