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기 팔지 말라” 압박한 시진핑…트럼프 “곧 결정”(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6일, 오전 03:0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하게(in great detail)” 논의했다고 공개하면서 미중 관계의 최대 화약고인 대만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여부를 두고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만과 미 의회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만 방어 공약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마친 뒤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매우 상세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그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가 곧바로 “무기 판매를 매우 자세하게 논의했다”고 말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이를 두고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대만 관련 원칙을 시험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이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인지 직접 질문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그 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인데 바로 나”라며 “시 주석이 오늘 그 질문을 했지만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기조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대만 방어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원론적 언급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무기 판매 문제를 직접 협의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미국은 1982년 중국과의 합의 과정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6대 보장(Six Assurances)’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1980년대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며 사실상 기존 원칙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시 주석이 직접 무기 판매 문제를 꺼냈는데 내가 ‘1982년 합의가 있으니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해야 하느냐”며 “우리는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약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 최종 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는 미사일과 각종 방어 체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라며 대만 문제 개입에 신중한 태도도 내비쳤다.

이번 발언은 시 주석이 정상회담 첫날 공개 모두발언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양국이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극도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규정하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해왔다. 반면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는 없지만 사실상 최대 후원국이자 최대 무기 공급국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협상 스타일을 활용해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인도태평양프로그램 총괄은 NYT에 “시 주석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상당히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단순한 지연을 넘어 장기간 무기 판매 축소까지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당파 상원의원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140억달러 규모 대만 무기 판매안을 의회에 공식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미국의 대만 지원은 침해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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