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횡단 송유관 시스템(TAPS)의 일부. (사진=AFP)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우선주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제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자 미국산 원유 생산 확대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미국 원유 수출 확대를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그는 중국 방문 직전 가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조선들이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알래스카로 향하고 있다”며 미국산 원유 수출 증가세를 언급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 구매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번 조치는 알래스카 북극권 유전 개발에 대한 연방정부 심사를 ‘표준화’해 속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미 내무부는 유전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시추공 설치, 자갈도로 건설, 원유 처리시설 배치 등에 대해 사전 환경영향평가(EIS)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는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내무부 산하 토지관리국(BLM)은 우선 해당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착수하며 향후 45일간 공개 의견 수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세부 기준이 마련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은 기존보다 훨씬 빠른 승인 절차를 적용받게 된다.
수혜 기업으로는 코노코필립스, 산토스, 렙솔 등이 거론된다. 특히 코노코필립스가 추진 중인 ‘윌로우(Willow)’ 프로젝트는 이번 조치의 대표적 수혜 사업으로 꼽힌다. 윌로우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극권 대형 유전 개발 사업으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승인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환경단체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이날 알래스카 유전 및 광산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미 책임 있는 방식으로 북극권 석유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상식적인 방식으로 인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국립석유비축지는 앵커리지에서 북쪽으로 약 8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약 2300만 에이커 규모의 북극권 유전 지대다. 면적만 미국 인디애나주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지역은 100여년 전 미 해군의 석유 비축 목적으로 지정됐으며 최근 대규모 유전 발견이 이어지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지역에 약 88억 배럴 규모의 회수 가능한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엑손모빌과 셸, 암스트롱 오일앤가스 등은 지난 3월 열린 정부 임대 입찰에서 총 1억6400만달러 규모의 광구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은 북극권 석유 개발 확대가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뿐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북극권 원주민 공동체 생활 기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연방 환경 규제를 완화하며 에너지 개발 확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