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내집 마련도 멀어져"…美·유럽 모기지 금리 급등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후 04:2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의 여파가 부동산 시장으로 번지며 유럽·북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음에도 시중 모기지 금리는 정부 차입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반영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한 주택 앞에 매매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AFP)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이날 6.36%까지 상승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인하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통상 10년물 국채 금리에 연동되는데, 인플레이션 우려에 10년물 금리가 5월 13일 4.48%까지 오르자 모기지 금리도 함께 뛴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비슷한 흐름이다. 독일 모기지 중개업체 닥터클라인에 따르면 가장 보편적인 10년 만기 대출 금리가 약 3.6%로 약 0.3%포인트 뛰었다. 35만유로(약 6억 1000만원) 신규 대출자 기준 연간 이자 부담이 1000유로(약 174만원) 늘어 1만 3000유로(약 2267만원)에 달하게 됐다는 의미다.

닥터클라인 임원인 플로리안 파핑거는 “금리가 몇 주 만에 급등하며 시장이 동요했다”며 “일부 매수자들은 추가 인상에 앞서 모기지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기지 금리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 곳은 영국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5% 기준 2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2월 말 3.97%에서 지난달 5.1%까지 치솟았다. 두 달 만에 1.13%포인트 뛴 셈이다. 영국 모기지 중개업체 나이트프랭크 파이낸스의 히나 부디아 파트너는 “신규 고정 금리 대출 금리의 최근 급등은 매수자들의 구매력에 실질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선 중동 전쟁 이전부터 누적된 주택 공급 부족이 금리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매트 액스 에버코어 ISI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전엔 과잉 건설, 이후엔 10년간 과소 건설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이에 더해 고금리 시기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정부보증기관(GSE)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동원해 모기지 담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추려고 시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액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등 다른 요인이 그 효과를 빠르게 압도해버렸다”고 평가했다.

브래들리 손더스 캐피털이코노믹스 북미 이코노미스트도 “모기지 금리가 6% 위에 머무는 이상 주택시장이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 부동산 중개업체 컴퍼스의 브라이언 루이스는 “많은 잠재 매수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보던 2%대 금리는 평생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적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추가 모기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들이 물가 압력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주택 매수자들의 부담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존 뮬바우어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 사이의 오판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디아 파트너는 “이번 모기지 금리 급등이 시장에 전이되면서 거래 둔화와 집값 하방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도는 전적으로 중동 전쟁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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